'엔저(低)'의 공습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환율 공포'가 커져가고 있다.

엔저를 추구하는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국제사회가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면서 엔화 약세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내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는 지난해 10월 달러 당 75엔 수준에서 지난해 말 86엔, 최근 달러당 99엔대까지 치솟았다 2일 기준 97엔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올해 말 105~110엔선까지 올라가고 내년에는 120엔까지도 치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른 우리 산업의 피해도 커져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엔화 약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 일본 수출은 무려 11.1% 줄었다.

엔저의 여파로 사실상 수출이 정체 상태에 머문 것이다. 엔저가 더 진행될 경우 수출업종의 타격은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100엔대로 가면 자동차와 철강 등이 1차적으로 타격을 받고, 110엔이 되면 전자업종이, 120엔까지 가게 되면 모든 수출 업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엔저와 원고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한국에 투자됐던 외국인들의 자본이 일본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무려 5조398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일본 증시로 유출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말 1992.05로 마감, 지난달 6일 2033.89까지 올랐으나 4월 들어 가파른 엔저가 진행되면서 급락, 4월 한때 19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2일 현재 1957.21포인트로 장을 마치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지난해 말 1만395.18로 장을 마감한 일본니케이255지수는 2일 기준 1만3694.04로 3000포인트 이상 치솟았다.

가와이 마사히로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장은 최근 "엔화가 달러당 120엔 선까지 떨어진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인 핌코의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 역시 "(일본 양적완화에)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엔화 가치가 달러당 115~120엔까지 떨어지면 직접적인 경쟁자인 한국, 중국, 독일 등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달러당 엔 가치가 120엔선까지 떨어지면 국내 경제는 어느 정도의 타격을 받을까.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자동차, 철강 등이 직접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글로벌 경제 상황 등 다른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일 뉴시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일본과 수출 경합 관계에 있는 자동차, 철강, 화학이 아무래도 타격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홍 센터장은 "달러당 120엔은 2008년 9월 리먼 사태 이전으로 회귀한다는 의미"라며 "당시 환율이 지금보다 안 좋았지만 우리나라가 그때 못살았느냐. 지금보다 나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순 도식화하기는 어렵다"며 "달러당 120엔까지 간다고 우리가 죽는 것은 아니다. 환율보다는 세계경기가 중요하고, 기업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이엠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달러당 105엔, 내년 120엔선까지 엔저가 진행될 것"이라며 "일본중앙은행(BOJ)의 유동성 확대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월 850억 달러 채권매입보다 강한 정책으로 내년 말까지 엔화 약세가 이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임 팀장은 "미국은 양적완화의 기간을 정해놓지 않아 올해 말께 중단할 가능성도 있지만 일본은 내년 말까지 통화를 계속 풀기로 돼있다"며 "이것이 엔화 약세로 가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 글로벌 경기가 좋아질 경우 엔화 약세가 진행되면 별 타격이 없겠지만 글로벌 경기가 그대로라면 국내 경기의 방향 자체가 바뀔 것이고, 그 경우 주가의 흐름 자체가 하향곡선을 띄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엔저가 진행된다면 어디가 바닥이냐를 단기에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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