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5~28일 나흘간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신화통신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25~28일 나흘간 중국을 방문했으며, 부인 리설주를 비롯해 최룡해·박광호·리수용·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조용원·김성남·김병호 당 부부장 등이 동행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지난 26일 회담을 열고 북중관계 및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선택하면서,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미일 3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코리아>는 김정은 방중이 미칠 한미일 3국의 이해득실을 살펴봤다.

◇ 한국, 북중관계 개선은 긍정요인

김 위원장의 방중은 대화 재개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북한이 비핵화 의도를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힌 것이 중요하다. 중국 신화통신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 언급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심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중관계 개선 또한 긍정적인 신호다. 김 위원장은 26일 인민대회당 연회 연설에서 이번 방중은 북측이 먼저 제의한 것임을 밝히며 “나의 첫 외국 방문의 발걸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가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며 이는 조중친선을 대를 이어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이어나가야 할 나의 숭고한 의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27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만약에 북중 관계가 회복이 된다면 현재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많이 해소되면서 보다 안정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며 “이렇게 볼 때 굳이 남북 정상회담이나 또는 북미 정상회담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 미국, 중국 개입에 불편한 기색

한편, 미국 입장에서는 북중관계 개선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은 최근 강경파로 알려진 마이크 폼페오, 존 볼턴을 각각 국무장관과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으로 발탁하면서, 5월 북미대화에서 비핵화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러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자오퉁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 연구원은 28일 CNN을 통해 “평양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험을 들고 싶어한다”며 “북한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지만 위험부담과 불확실성도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오퉁 연구원은 이어 “회담이 실패한다면 미국은 외교의 실패를 선언하고 군사공격 등의 강압적 접근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북중관계는 미국의 군사공격 시도를 방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북한이 향후 북미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지원하는 쌍중단 형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제안할 경우, 미국이 허를 찔리게 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이은 강경 인사 등용으로 압박 분위기를 조성한 상황에서, 북한이 북중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의 지원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면 미국의 협상력도 다소 약화될 수 있다.

◇ 아베 ‘재팬패싱’ 우려

한편 일본은 최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북핵문제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상황을 인식하고, 협상 테이블에 같이 앉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8일, 김 위원장 방중에 대해 “중대한 관심을 갖고 정보 수집과 분석을 하는 중”이라며 “중국 측으로부터 제대로 설명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에는 김 위원장 방중에 대해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중국 정부로부터 방중과 관련한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았다”고 밝혔으며, 새라 허커비 샌더슨 백악관 대변인도 27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화요일(오늘) 백악관에 연락을 취해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을 우리에게 브리핑했다”고 밝혔다. 반면 아베 총리는 해당 사실을 보도를 통해 파악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이런 변화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결의로 북한에 최대한의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기본방침에 따른 결과”라며 일본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사전 통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일본 외교력의 부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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