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공포로 뉴욕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CNBC 방송화면 캡처>

[이코리아] 미중 간의 무역전쟁 위험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국이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 위한 막후 협상에 들어갔다. 양국 간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무역전쟁이 가져올 여파가 엄청난 만큼, 양국 모두 신중한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중국산 제품에 600억 달러(약 65조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중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막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17년 미국 무역적자의 약 66%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해 무역 불균형 해소를 요구하며 칼을 뽑은 것. 중국 또한 미국산 철강·돈육 제품에 대해 30억 달러(약 3조2천억원)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경제에 불러올 여파가 큰 만큼 양국 수뇌부가 최악의 상황까지 버티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4일 류허 중국 부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관세 부과에 대해 설명한 뒤 양국 무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상호협의하자고 제안했다. 류 총리 또한 “측이 이성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자국의 경제와 무역 관계의 전반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하기를 희망한다”며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는 전쟁도 불사할 것 같았던 양국의 초기 태도와는 다른 모습이다. 쿠이 티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가 발표되자 “중국에게 무역전쟁을 선포한다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미국채 매입 축소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연일 강경 대응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 언론과는 달리 중국 정부는 발언을 자제하며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분위기다.

외신들도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점쳤다. 영국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25일 미중 양국이 상호 부과한 관세 조치의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이 부과한 관세 600억 달러로 인해 입을 피해는 겨우 국내총생산(GDP)의 0.1%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중국의 보복관세 30억 달러는 미국의 5% 수준이며, 그나마 대두, 사탕수수, 보잉 항공기 등 미국의 주요 대중수출품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이 정도의 조치로 3750억 달러(2017년 기준)에 달하는 미중 무역불균형을 바로잡기는 어렵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30일 간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기업·언론·학계 전문가를 가리지 않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위기의 위험성을 우려하며 중국에 대한 관세조치를 철회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CNBC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 고조는 곧바로 경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번 관세 조치를 비판했다. 실러 교수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제품 수입 차단에 아직 준비가 덜 돼있다며, 대체국가를 찾느라 큰 혼란과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방위적 반발을 무릅쓰고 관세조치를 강행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스럽다.

뉴욕 증시 또한 무역전쟁 소식에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23일 기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1.8% 하락한 2만3533.20을 기록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1% 하락한 2588.26, 나스닥 지수는 2.4% 하락한 6992.67을 기록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공포가 증시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도 곤란해질 수 있다. 게다가 대중 관세로 소비자 물가까지 상승할 경우 선거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아시아담당 수석 고문을 지낸 데니스 윌더는 26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언급하며 “안보 문제와 관련해 동맹국들을 먼저 타깃으로 삼은 것은 미국의 실수”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위해 동맹국과 협력할 기회를 상실했다는 것. 윌더는 중국 지도부가 미국의 관세 조치는 국내정치적 목적과 연관돼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갈등을 악화시키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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