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미국 철강 232조 조치 밎 제3차 한미 FTA 개정 협상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한미 FTA 협상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원칙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 결과 한국은 자동차 비관세장벽 완화 등 비교적 시장에 영향이 적은 부분에서 양보한 대신, 농업·철강 등 핵심 쟁점에서는 우리 측 주장을 대부분 관철시키는데 성공했다.

◇ 얻은 것과 잃은 것

이번 개정협상 결과 미국 측 요구가 관철된 부분은, 미국산 수입자동차에 적용돼온 비관세장벽을 완화하는 것이다. 우선 제작사 별로 연간 2만5천대까지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한 경우 한국 안전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해왔던 것을 5만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연비·온실가스와 관련해서는 2020년까지 현행대로 유지하고, 오는 2021년 글로벌 트렌드를 고려해 차기 기준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휘발유차량 배출가스 관련 시험절차 및 방식도 미국 규정과 조화될 수 있도록 협의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산 수출용 화물자동차(픽업트럭)에 대한 관세도 2021년 철폐 예정이었던 것을, 2041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미국 측 관심사항이었던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 및 원산지 검증 문제는 한미 FTA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보완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제약업계는 한국 보건당국이 국내 제약사에 제공하는 신약개발 인센티브에 대해 차별적 대우라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번 협상으로 이같은 차별 사례가 더 있는지 살펴보고 향후 제도 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한 것.

◇ 한국이 지킨 것

한국은 자동차 안전·환경기준 및 수출용 화물자동차 관세 부분에서 양보한 대신 핵심 요구사항은 대부분 관철시켰다. 우선 미국이 강하게 주장해온 농축산물 시장개방 및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요구는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우리 측에서도 핵심 민감 분야로 지정해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방어에 성공한 것.

또한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철강 관세 문제도 우리 측 입장이 관철됐다. 양국은 미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부과 조치에서 한국을 면제하는 대신 한국산 철강재의 대미 수출에 대해 15~17년간 평균수출량(383만톤)의 70%(268만톤)에 해당하는 쿼터를 설정하는데 합의했다. 현재까지 미국 철강관세 조치에서 영구 면제에 합의한 나라는 한국 뿐이다.

우리 측 주요 관심사항이었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또한 미국 자본의 무분별한 제소로 한국 정부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한국산 물품에 대해 무역구제 조치를 발동할 경우에도 관련 자료 공개 등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할 것을 협정문에 명시했다. 섬유분야에서도 일부 원료품목에 대한 원산지 기준 개정을 추진해 향후 대미 섬유 수출 활성화가 기대된다.

◇ 한미FTA 개정협상, 향후 영향은?

이번 개정협상 결과는 실보다 득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미국 측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많은 우려를 낳았던 것과 달리, 내준 것이 많지 않기 때문. 자동차 안전·환경기준 및 화물자동차 관세에서 미국 측 입장을 들어준 대신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이라는 족쇄를 피한 것은 중요한 성과다. 게다가 농업·철강·섬유 분야에서 우리 측 입장을 관철시킨 데다 ISDS, 무역구제 등 중요 쟁점에서도 유리한 결과를 얻어냈다.

요약하자면 픽업트럭 하나를 내주고 농업·철강 등 원하는 것을 대부분 지킨 셈. 또한 자동차 분야에서의 양보도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우선 픽업트럭 관세 연장의 경우 국내 자동차업계의 대미 수출 물량이 없어 큰 타격으로 보기 어렵다. 실제로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는 쌍용차뿐이지만 그나마 미국 수출은 하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픽업트럭 생산라인이 없는데다 이제 막 미국시장을 겨냥한 제품 개발을 시작하는 단계다. 다만 업계에서는 성장 중인 미국 픽업트럭시장에 국내 업체의 진입 가능성이 막힌 것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또한 안전·환경기준 등 미국산 수입자동차 비관세장벽 완화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의견이 많다. 미국산 수입차의 국내시장 부진은 관세·비관세장벽 문제가 아니라는 것. 실제로 미국산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관세가 면제된 2016년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15년 7.2%였던 미국산 수입차의 점유율은 2016년 8.1%, 2017년 8.6%로 소폭 성장했으나, 관세 철폐의 효과를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 친환경 트렌드에서 뒤처진 데다 판매 차종도 단조로운 미국산 수입차가 비관세장벽 완화로 인해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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