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미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으로 지명된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 <사진=NBC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무장관에 이어 핵심 안보 인선을 또다시 교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후임으로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존 볼턴이 나의 새 국가안보 보좌관이 된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기쁘다”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영원히 나의 친구로 남을 맥매스터의 봉사에 매우 감사하다는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후임으로 임명된 볼턴 전 대사는 다음 달 9일 NSC 보좌관으로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 이라크 침공 이끈 “슈퍼 매파”

맥매스터 전 보좌관의 후임자로 지명된 볼턴 전 대사에 대해 외신들은 “슈퍼-매파”(super-hawk)가 백악관에 입성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는 볼턴 전 대사의 과거 이력 때문. 볼턴 전 대사는 1974년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개인변호사로 활동하다 우익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부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1988년 로널드 레이건 전 정권에서 민사담당 법무차관보를 맡으며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에게 발탁돼 국무부 국제안보담당 차관으로 활동했다. 볼턴 전 대사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자 잠시 공직을 떠났지만,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권에서 복귀해 군축담당 차관,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거쳤다.

볼턴 전 대사가 ‘슈퍼 매파’로 이름을 날리게 된 계기는 2001년 부시 정부에서 군축담당 차관을 맡으면서부터다. 미국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의혹을 제기하며 중동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군축담당 차관은 관련 대외정책에 관여하는 중요 보직이었기 때문. 당시 그는 “우리는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숨겨왔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백악관 내 강경파들과 함께 이라크 침공을 밀어붙였다. 부시 전 대통령이 이란, 이라크, 북한에 대해 ‘악의 축’이라고 발언했을 때는 세 국가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의심된다며 목소리를 더했다.

문제는 그가 제기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의혹, 쿠바 화학무기 의혹 등이 모두 실체가 없었다는 것. 미국인터넷매체 ‘복스’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국무부 정보분석가가 의회 청문회에서 쿠바는 화학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자 볼턴 당시 군축담당 차관이 해당 직원을 불러 크게 화를 내며 다른 부서로의 이동을 지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 외에도 볼턴 전 대사는 이라크 침공 등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보기관을 전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 백악관 초강경파 득세, 북미대화 전망은

볼턴 전 대사는 최근 들어 북한과 관련해서도 강경한 발언을 반복해왔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애시빌에서 열린 공화당원 만찬 모임에서 “과거 냉전 시대에 소련을 억제했던 것같은 전략이 북한에도 통할 것이라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라며 “우리는 북한이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할 것이냐, 아니면 북한을 선제타격해 북한의 공격 능력을 저지할 것이냐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북한은 자기방어를 위한 것뿐 아니라 여전히 그들의 지배 하에서 한반도를 재통일하기 위해 핵무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 국무장관 후보로 예상됐단 볼턴 전 대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주 외교적 조언을 하며 친밀한 관계를 과시해왔다. 대북특사단이 방북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문한 다음날인 지난 7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향후 대북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까지 주장해온 볼턴 전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신임 아래 안보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게 될 경우 향후 북미대화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전 대사를 후임 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것은 북한에 대한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23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볼턴 전 대사의 지명에 대해 “이 사람을 이 시점에 임명한 것은 폼페오와 같이 북한에 대한 메시지가 제일 강력하기 때문”이라며 “회담의 성과가 없으면 일어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미루며 시간을 끌 가능성을 봉쇄하기 위한 수라는 것.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북미대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만큼 볼턴 전 대사가 입장을 바꿀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북미대화를 시간낭비라고 주장해온 볼턴 전 대사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요청을 수락한 것을 보고 톤을 완화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볼턴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전통적인 외교술과 다소 다른 충격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하며, 협상을 끌지 말고 비핵화를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에 대화 자체를 거부했던 것과는 입장이 달라진 것. 볼턴 전 대사의 11년 만의 백악관 복귀가 북미대화를 어디로 이끌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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