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사진=포츈지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페이스북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주가 폭락과 사용자 이탈 등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는 페이스북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에 대한 소환 여론까지 높아져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영국 데이터 분석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의 전 직원 크리스토퍼 와일드의 내부고발로 밝혀진 이번 사건은 SNS 정보유출이 단순한 데이터 거래뿐만 아니라 대선 결과까지 조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임을 보여줬다. CA는 심리테스트 앱을 통해 27만명의 참여자를 모은 뒤 이들의 페이스북 친구데이터에 접근해 총 5000만명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사용자 동의 없이 수집된 이 데이터는 2016년 당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캠프을 위한 맞춤형 정치광고 제작에 활용됐다.

문제는 페이스북이 이러한 위험성을 알고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 2015년 페이스북은 CA가 자사 정책을 위반한 사실을 인지했으나, CA 측에 사용자 데이터를 삭제한 사실을 증명하라고 요청하는 것 외에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지난 16일 CA가 사용자 정보를 삭제하지 않았다고 밝혀 더 큰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사건으로 페이스북 책임론이 확산되면서, 페이스북은 전방위적 역풍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 페이스북 주가는 185.09달러였으나, CA의 개인정보 유출이 폭로된 19일 이후 급락을 계속해 20일 현재 168.1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16일과 비교하면 약 9.2% 가량 하락한 것. 시가총액 또한 16일 5377억 달러에서 20일 4878억 달러로 약 500억 달러(한화 53조6천억원)가 증발했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주들이 집단 소송까지 나섰다. 블룸버그 통신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 주주 일부는 "(페이스북은) 그릇되고 사실을 호도하는 발언을 했고, 회원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에 접근하도록 허용해 자체 정보보호 규정을 위반했다"며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 법원에 페이스북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 조사도 점차 페이스북을 조여오는 형국이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영국·독일·유럽연합(EU) 등 각국 의회가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를 소환하기 위해 나섰다. CA의 개인정보 악용 사례가 미국 대선뿐만 아니라 브렉시트 국민투표 등 다른 국가의 중요 문제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AFP 통신에 따르면 미 의회는 마크 저커버그 뿐만 아니라 트위터, 구글 등 관련 IT업체 관계자들에게 출석을 명령했다. 영국 및 EU 의회도 마크 저커버그 혹은 다른 고위 임원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으며, 독일은 이번 사태에 자국민이 피해를 입었는지 자체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이번 사태가 사용자 이탈로 이어지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2017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상승한 약 13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실사용자 또한 14% 증가한 21억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최근 상승 무드를 타고 있는 페이스북이지만 미국 내에서만큼은 분위기가 좋지 않다. 젊은 사용자들이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경쟁 서비스로 이탈하고 있기 때문.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는 지난해 미국 페이스북 사용자 중 12~17세 연령층이 9.9% 감소했다며, 이러한 추세가 2018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젊은 층 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 유출 이슈로 남아있던 중장년층 사용자마저 대체 서비스로 떠나게 될 경우, 페이스북의 견고했던 업계 1위 자리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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