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정수석이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본권 및 국민주권 강화 관련 헌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코리아] 청와대가 개헌안 일부 내용을 공식 발표하면서 찬반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국민기본권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이번 개헌안에 대해 대다수 보수 언론은 국론 분열을 우려했고, 일부 진보언론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헌법개정안 전문 및 기본권 부분의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에 공개된 부분은 개헌안의 일부로,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한편, 생명권·안전권·정보기본권·국민발안제·국민소환제 등을 신설하는 등 기본권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근로’라는 표현을 ‘노동’으로 대체하고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을 명시하는 등 노동자 권리 향상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 조선 중앙, 국론 분열 우려

대다수 보수 언론들은 정부 개헌안이 국민적 합의가 어려운 사안을 과도하게 포괄해 국론 분열이 우려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청와대가 야권 반발을 무시하고 개헌안 발의를 강행하는 것 자체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보여준다며, 개헌 논의를 대통령 권력 분산으로 좁힐 것을 요구했다.

중앙일보는 21일 사설 “국민 이해보다 국론 분열 부르는 청와대 개헌안 공개”에서 “청와대가 공개한 이번 개정안에는 우리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라기보다 현 정부가 지향하는 가치만 잔뜩 들어 있다”며 “헌법 전문에 아직도 논란이 있는 현대사들을 쭉 나열해 이슈를 만드는 건 국민 단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잊지 말아야 할 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지방분권과 기본권을 확대하는 개헌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또 야당 설득 없는 청와대의 개헌안 추진은 “야당 반대로 무산됐다는 기록을 남기려는 정치적 목적”이 의심된다고 비난했다. 개헌안 내용을 3일에 걸쳐 나눠 공개하는 것 또한 꼼수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 전체를 설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의 개헌 드라이브가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정치권의 합의안 도출을 위해 청와대가 훨씬 더 많은 실질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청와대는 쪼개기 홍보보다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합의와 설득에 힘을 쏟는 게 먼저다”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헌법개정안 전문에 부마 항쟁과 5·18 민주화 운동, 6·10 항쟁을 명시한 것, 공무원 파업권 인정, 검사 영장청구권 삭제 등을 지적하며 “1년 내내 토론해도 국민적 합의가 쉽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청와대가 논쟁적인 내용을 개헌안에 포함시킨 것은 “자기 편과 개인 취향에 맞춰 (개헌안) 발의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개헌 추진을 위해서는 논의의 범위를 좁혀야 한다며 “개헌을 위해선 '제왕적 대통령제' '지방자치' 외에 어떤 논란거리도 추가로 만들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또 정부 개헌안에 대해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물론이고 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다는 정의당조차 반대하고 있다”며 야권 반발을 무릅쓴 개헌 추진은 진정한 개헌의지 없이 ‘하는 척’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헌도 입법기관인 국회가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지금이라도 여야는 밤을 새워서라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고 지방자치를 확대하는' 개헌안에 합의해 6월 지방선거 이전에 국민 앞에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경향·한겨레, 긍정 평가

대다수의 일간지가 정부 개헌안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가운데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눈길을 끌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기본권 확대 개헌, 이론의 여지가 없다”에서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30년이 지났다. 이제는 시대변화에 따른 시민의 요구를 담아낼 필요가 있다”며 정부 개헌안을 높게 평가했다. 정부 개헌안의 국민기본권 확대·강화 방침에 대해서는 “비록 선언적이지만, 정부의 역할을 분명히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으며, 노동권 보장에 대해서도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노동권을 업그레이드했다”고 설명했다. 국민발안제·국민소환제에 대해서도 “현 대의(代議)제에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보완함으로써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폭을 넓힌다는 면에서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개헌안 추진이 독단적이라고 비난한 다수 언론과 달리 경향신문은 “야는 개헌 시기나 방향을 놓고 실랑이만 벌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도대체 개헌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이 든다”며 국회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야당이 정부 개헌안에 대해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략이라며 비난하는데 집중해 실질적인 개헌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 경향신문은 “한국당을 어떻게 개헌 테이블에 앉도록 할 것이냐가 개헌 실현을 위한 최대 관건”이라며 청와대가 쓸데없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신중할 것을 조언했다.

한겨레는 개헌안을 둘러싼 정쟁의 측면보다는 개헌안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헌법은 그 시대의 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이어야 한다”며 정부 개헌안이 사회 각계에서 오랫동안 요구해온 변화들을 포괄했다고 평가했다. 5·18과 6·10의 헌법 전문 추가, 새로운 기본권 조항 신설, 국민소환제·국민발안제 등에 대해서도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현 시대의 사회적 지표이자 향후 제도 개선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검사 영장청구권 조항 삭제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에 더해 영장청구권까지 독점하면서 발생하는 폐해가 적지 않은데, 헌법 개정으로 영장청구 주체를 변경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며 “국회의 사법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국가의 동물보호정책 수립 의무를 명시했음에도 생명권에 동물을 포함시키지 않은 점, 성평등 실현 및 성소수자 차별 시정을 위한 구제적 제도가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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