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현대건설의 ‘디에이치자이(The H Xi) 개포’ 아파트가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예고한데다 중도금 대출도 막혀있어 21일 계획된 1순위 청약 경쟁률이 예상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은 20일 개포주공8단지 공무원아파트의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특별공급(신혼부부·다자녀·노부모 부양 가구 대상)을 시작했다. 이날 공급된 458가구에는 1200개 이상의 신청서가 몰려 부동산 시장의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부적격자를 제외한 최종 신청서는 991개로 경쟁률은 2.16대 1을 기록했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청약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는 ‘로또 아파트’로 불려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실상 가격 통제를 하면서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됐기 때문.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12억5천만∼14억3천만원 수준으로 주변 시세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앞서 분양된 인근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의 경우 같은 전용면적의 분양가는 21억원 정도로 ‘디에이치자이 개포’에 비해 8억원 가량 높다.

성공이 보장된 사업인 만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특히 지난해 신반포22차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며 강남 입성을 선포한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이번 ‘디에이치자이 개포’ 분양 성공을 통해 강남권에서 확실하게 입지를 다지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디에이치자이 개포’를 둘러싼 악재를 지적하며 섣부른 예측을 유보하고 있다. 강남 집값 안정화에 사활을 건 정부가 ‘디에이치자이 개포’를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청약당첨자의 가점 분석 및 실거주 여부를 파악해 위장전입 여부를 조사하겠다며 첫 타겟으로 ‘디에이치자이 개포’를 지명했다. 위장전입이나 청약통장 불법매매 등이 밝혀질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를 의식해선지 견본주택 내부에는 ‘위장전입 직권조사’라는 경고 문구가 곳곳에 부착됐다. 국토교통부와 강남구청 등 관계 기관은 단지 청약 열풍이 예상됨에 따라 위장전입과 불법 중개행위 등 위법행위 집중단속에 돌입했다. 특히 국토부는 청약 가점을 위한 위장전입 여부를 조사하고 불법이 적발되면 3년 이하 징역과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방침이다.

중도금 대출이 막힌 것도 문제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분양가는 전부 9억원 이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중도금 집단대출이 완전 금지돼있다. 시공사 또한 청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한 중도금 대출을 하지 않기로 결정해 고액의 분양가를 계약자가 전부 부담해야 한다. 사측은 계약자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계약금을 10% 수준으로 낮추고 잔금은 30%로 올렸지만, 계약자가 약 7~8억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지 않을 경우 중도금 연체 없이 분양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시세보다 낮다고 해도 워낙 고액이다 보니 국세청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국세청은 최근 증여추정 배제기준을 25%가량 낮추면서, 부동산 매매 시 자금출처 조사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불법 증여 등을 통한 탈루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뜻. 이런 분위기에서 ‘디에이치자이 개포’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고액의 분양가 마련과 함께 국세청에 자금출처를 입증해야 한다는 이중의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부당 증여에 대한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한때 청약자 10만명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올 정도로 관심이 높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고액의 분양가로 인해 예상보다 낮은 경쟁률을 기록할 확률도 높다고 말하고 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 또한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것인지 예비당첨자 비율을 기존 40%에서 80%까지 확대하며 미계약 물량이 나올 것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21일 공급될 1246가구에 대해서도 ‘로또’를 노린 청약 열풍이 몰아칠지, 아니면 저조한 분양성적을 보이며 ‘거품’으로 마무리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