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휴일이면 산에 가는 것은 거기에 건강한 식생을 가진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늘 자연에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최대한 자연을 내 곁에 끌어들이는 게 정원의 시작이다. 그래서 자연을 Nature 라고 한다면 정원은 Second nature 라고도 부른다. 정원은 자연과 교감하는 채널이다. 정원가꾸기를 한다는 것은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다. 정원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리고 계절별로 어떤 과정을 거쳐야 연중 아름다운 정원이 되는지 하는지 하나씩 짚어본다.

어떤 정원을 만들건지 미리 식물원같은 곳을 자주 가보는 게 좋다(영국 위슬리가든)

정원의 용도부터 정해야 활용도 높아

산수유, 매화, 벚꽃이 피기 시작하고 개나리도 곧 꽃망울을 터트릴 기세로 맹렬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다. 바야흐로 전국에 봄이 오고 있다. 정원의 부지조사와 분석이 끝나면 본격적인 정원 설계에 들어가게 된다. 정확하고 효과적인 정원을 설계하려면 먼저 정원을 만드는 목적과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그냥 4계절 꽃을 보기 위한 정원일수도 있지만 목적이 뭐냐에 따라 정원을 구성하는 콘텐츠가 많이 달라진다. 예컨대 단순히 가족들의 쉼 공간이라면 집 밖에서 차나 음악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 잔디밭 중심으로 하되 계절별로 꽃이 피는 대표적인 초화류나 화목류를 몇 개체씩 심으면 된다. 정원에서 생산하는 꽃으로 꽃차를 만들어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면 꽃차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식용꽃을 가꾸고, 콘서트나 미니 워크샵 등 문화나 작품활동 공간으로 생각한다면 데크나 비가림 등 시설물을 중심으로 정원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바비큐를 주로 하고 싶다면 화덕이나 채소원이 필요하고, 어린이정원이라면 어린이 교과서에 나오는 식물들을 심어 직접 학습할 수 있는 교육정원으로 만드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즉 정원의 이용목적에 맞는 콘텐츠들이 합리적으로 배치되어야 훌륭한 정원이며 활용도 높은 정원이 된다.

조성후 만개시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야 정확한 설계가 가능하다(숙근초 정원)

공간 나누기 잘하면 조화미 넘쳐

정원의 용도가 정해지면 세부계획을 짜게 된다. 세부계획은 먼저 크게 공간을 나누는 것(burble plan)부터 시작된다. 즉 정원을 구성하는 잔디밭, 데크시설, 야생화원, 파고라, 가족휴식 등 입구부터 후정까지 주택을 기준으로 큰 배치를 한다. 그리고 입구부터 정원을 골고루 볼 수 있도록 동선계획을 짠다. 동선은 주동선과 보조동선, 그리고 징검다리 동선 등으로 구분된다. 동선은 한번 정하면 나중에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신중히 생각해야 하고 색상도 주변 시설이나 식물들과 이질감이 들거나 너무 튀지 않도록 잘 선택해야 한다. 대략적인 동선계획이 만들어지면 각각의 공간에 어떤 시설물과 어떤 식물을 어떻게 심을 건지를 결정한다.

꽃담원개념도, 공간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으로 설계를 하는 게 효율적이다.

공간별 조성계획이 만들어지면 전체를 모아 종합적인 설계도를 작성하게 된다. 이러한 일은 전문 조경업자나 정원작가들에게 맡길 수도 있지만 내가 직접 공부해가면서 세워보는 것이 추후 이용 및 유지관리 등에 여러 모로 좋다. 그러려면 사전에 식물에 관심을 많이 갖고 정원관련 책이나 온라인을 통해 사진을 많이 보고, 식물원 같은 곳을 직접 방문해 많은 걸 봐야 한다. 내가 직접 계획한다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이미 정원이나 정원가꾸기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 자연과 꽃들과 친해지면서 자연과 교감할 줄 아는 훌륭한 정원사가 될 수 있다. 정원 설계도는 3D로 멋지게 그릴 수도 있지만 이는 캐드같은 툴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 공부를 해야 한다. 드로잉 하는 도구들을 준비하여 사전에 그림 그리는 연습을 좀 한다면 스스로 정원 설계도면을 그릴 수도 있다. 세밀하게 스케치하고 각 구성물들을 실제 스케일에 맞도록 모눈종이에 하나씩 그려 가면 된다. 시설물 및 식물의 크기나 형태 등을 미리 잘 파악하여 거리를 고려해가면서 몇 번 그리다보면 우리 집 정원 정도는 충분히 그려낼 수 있다. 정원의 구상 및 설계, 나와 우리 가족이 향유할 멋진 모습들을 그려가는 것, 그 자체가 기쁨이다.

공간배치(burble plan), 다양한 정원구성요소들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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