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을 후임으로 지명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후임으로는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명됐다.

틸러슨 전 장관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함께 대표적인 북미대화 지지자로 알려져 있어, 그의 경질이 향후 북미대화 진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 하지만 외신들은 반대로 북미정상회담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카고트리뷴은 이날 틸러슨 전 장관의 경질 소식을 전하며 이란 핵합의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북미대화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이 북미대화의 지지자이기는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요청 수락에 대해서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방미 당시 이집트를 방문 중이었던 틸러슨 전 장관은 “대화의 때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에 달려있다”며 “대화를 진행하기 전에 당사자들이 실제로 이런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몇 가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상회담 요청을 흔쾌히 수락하고 남북대화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트럼프 대통령과는 큰 온도차가 있다.

반면 폼페오 국장은 지난 1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측의 대화 요청에 대해 “진정한 성과”라며 “북한이 한 번도 대화의 대가로 제시한 적 없었던 조건을 제시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시카고트리뷴은 “틸러슨 전 장관이 깎아내린 트럼프-김정은 회담 전망을 폼페오 국장은 추켜세웠다”며, 폼페오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잘 맞는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폼페오 국장은 최근 북핵문제에 깊게 관여하며 실무자로 활약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CIA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고위급 회동을 주선하기 위해 막후에서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국무부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북미대화를 주도해온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황. 또한 폼페오 국장은 대북특사단으로 북한과 미국을 연이어 방문했던 서훈 국정원장의 카운터파트너로,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이후부터 서 원장과 북한 관련 정보를 교환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관련 실무를 일선에서 처리해온 폼페오 국장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오히려 북미대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신호로 이해할 수 있다.

틸러슨 전 장관의 경질 배경에는 한국 측의 항의가 있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보도에서 “틸러슨 전 장관이 북한과의 비밀 회담을 제안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놀라게 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폭발한 이유 중 하나”라며 “(문 대통령이) 백악관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틸러슨 전 장관이 북미대화에서 소위 ‘코리아패싱’을 시도하다 한국 측 반발로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는 것. NYT는 “서울의 당연한 반응조차 예측하지 못한 것은 틸러슨 전 장관이 저지른 여러 실수들 중 하나”라며 “그는 경험부족과 (잘못된) 결정 때문에 국무부 내 외교단으로부터 단절돼버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오 국장의 국무장관 임명과 함께 북미대화를 주도할 외교 인선을 재편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됐다. USA투데이는 13일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례 없는 면대면 만남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타이밍에 틸러슨 전 장관을 경질한 것은 북미대화에 앞서 새로운 팀을 꾸리고자 하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USA투데이는 이어 후임자인 폼페오 CIA 국장이 이란·북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동일한 외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그가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예비회담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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