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이 북미대화로 인해 트럼프 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향후 전망을 제기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하면서 북미대화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즉흥적인 결정으로 미국의 외교적 고립을 야기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섬세한 조정이 요구되는 북미대화에서 평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 WP, 3가지 허들 넘어야 북미대화 성공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김정은 회담 성공의 3가지 걸림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미 핵합의가 성사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WP는 “북한이 핵무기를 내려놓기 위해서는 미국이 정권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며 “워싱턴이 다른 독재자들을 제거해온 과거를 돌이켜볼 때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도 과거 직접 서명한 합의를 어겨온 전례가 있어, 자신의 신뢰성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며 북미 양측의 낮은 신뢰도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WP는 이어 체재보장 및 경제 원조를 대가로 비핵화가 논의된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언급하며 합의사항의 세부 조율이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만 제재했을 뿐 재래식 무기 및 사이버 공격을 통한 도발까지는 억제하지 못했다. 게다가 미국도 합의 직후 북한의 자금세탁을 방지하는 금융제재안을 시행하면서, 경제제재는 9.19 공동성명과는 별개라는 식의 논리를 내세웠다. 이 때문에 9.19 공동성명은 2006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함께 실패로 끝을 맺었다.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세세한 수준까지 규정된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WP는 마지막으로 북미 양측이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대화에 나서고 있다며, 이 간극을 줄이지 못하면 평화적 합의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측 모두 체제보장·북미관계 정상화와 북한의 비핵화를 교환하는 형태의 평화적 합의를 기대하고 있지만, 북한의 경우 한미동맹의 폐기나 주한미군 철수를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는 것. WP는 이러한 난점들로 인해 북미대화가 북핵문제의 최종적인 해결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 NYT, 이란 핵합의 위기가 트럼프 발목 잡을 것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이란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이 북한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란을 부패한 국가로 지목하고 오바마 전 정부 시절 성사된 핵협상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문제는 이란과의 핵 협상을 파기할 것인지 결정할 시기가 5월 12일로 멀지 않았다는 것.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밝힌 시기와도 겹친다.

우드로윌슨센터의 국제안보연구소 로버트 리트웍 소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서 이란과의 협상은 역사상 최악이라고 밝힌 바 있다”며 “그는 훨씬 더 어려운 상대(북한)와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협상이 미사일 프로그램이나 해외 부패정부에 대한 군사지원 등 중요한 문제를 포괄하고 있지 않으며 영구적이지도 않다는 점에서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서는 이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항구적인 합의를 이끌어야만 하는 체면을 차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북한은 이란보다 까다로운 상대이며, 수년간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추진해온 역사가 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확신할만한 수준의 엄격하고 포괄적인 협상을 끌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NYT는 “같은 의혹에 직면했을 때 이란은 핵사찰을 받아들였지만, 북한은 그랬던 적이 없다. 국제 핵사찰단이 방북했을 때도 영변 핵반응로 인근 지역으로 활동범위가 제한됐었다”고 언급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5월 12일 이란과의 핵합의를 파기한다면 그것은 더욱 큰 문제다. 이란과의 합의를 파기할 경우, 북한이 미국의 약속을 신뢰할 근거도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포기할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있다”며 미국이 포기해야할 것들과 대화의 난점들에 대해서는 깊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기자들에게 “(한국 특사가 밝힌 북한의) 약속이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한 바 있다. 하지만 약속은 상호적인 것이다. 미국이 대화에서 비핵화라는 ‘약속’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신뢰할만한 약속을 제시해야 한다. 즉흥적 외교정책으로 비판을 받아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시험대에서는 ‘거래의 기술’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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