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소재 모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환자가 모르는 사이 자궁이 적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수술 절차상의 문제점이 불거져 나온 것으로, 치료목적이라 할지라도 환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장기가 적출된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1일 H대학병원과 최모(37ㆍ여)씨 등에 따르면 환자는 지난 1월 2~5cm 가량의 자궁근종 진단을 받고 산부인과에서 복강경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두달 가량 생리가 없어 이달 초 다시 내원해 검사한 결과 자궁이 적출된 사실을 알게 됐다.

◇ 최씨 "근종만 떼내는 줄 알았다"

최씨는 올해 초 동네 내과병원에서 "혈액검사 결과 난소암 수치가 높으니 큰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후 H대학병원에 방문해 정밀검사를 받았고 자궁 내에 2~5cm 가량의 혹 3개를 제거 하는 수술을 의사로부터 권유 받았다.

그녀는 당연히 수술에 동의했고, 그 결과 자궁이 송두리째 적출 됐다.

자궁이 적출된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지난 4월 초. 평소 지병으로 앓았던 사구체염 치료 차 같은 병원 신장내과에 방문했을 때다.

지난 두달간 생리가 없어 의문을 가진 환자는 산부인과 외래 진료를 접수했고, 초음파 검사 결과 '자궁이 없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실을 통보받았다.

◇ 고가의 '특진' 진료비…값어치 하나?

초음파 검사 진행과정 역시 석연치 않다. 고가의 진료비를 받는 특진임에도 불구하고 담당의 P 교수는 환자 파악에 미진한 태도를 보였다.

담당의는 최씨가 자궁을 들어낸 환자라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하고 진료에 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담당 의사가 곧 생리가 있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정 걱정되면 초음파를 찍어 다른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고 말했다.

이와 관련 P 교수는 "난소를 보려고 초음파를 찍은 것이지 자궁을 보려한 것이 아니다"며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초음파 검사 시 자궁부위를 심하게 누른 탓으로 환자는 현재 전치 2주의 타박상을 입은 상태다.

최씨는 "만약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타 병원을 방문해서라도 다른 치료법을 찾아봤을 것"이라며 "앞으로 아이를 더 낳을 수 없는 사실 역시 수술 전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병원 "수술동의서에 사인…법적 문제 없어"

P 교수는 "환자가 사인한 동의서에는 '전자궁 절제술'이라는 문구가 기입돼 있으므로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분명히 수술 전 고지했고 환자가 알아듣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환자가 고통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며 "하지만 이미 슬하에 자녀도 있고, 하늘이 무너진 것도 아니니 힘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H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이해하기 좋게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안타깝지만 차트 상으로 봤을 때는 진료에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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