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뜻 모아 어린이 환자 보살펴요"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의 기부단체인 '희망나눔 주주연대' 홍보 담당 김명석 이사.

[이코리아] ‘소액주주 운동’이라고 하면 대부분 재벌 개혁, 주주권리 보호와 같이 경제정의 실천과 연관된 단어들을 떠올리기 쉽다. 실제로 지난 97년 제일은행 부실대출 400억원 손배 소송 이후 소액주주 운동은 삼성전자, 대우조선, 쌍용차 등으로 이어지며 경영구조의 투명화와 소액주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등에 역할을 다해왔다.

셀트리온 소액주주 단체 ‘소액주주 운영위원회’도 지난해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을 이끌며 소액주주들의 힘을 입증한 바 있다. 이런 운영위가 올해 들어 새롭게 소액주주 운동을 시작한다. 뜻밖에도 이번 소액주주 운동은 경제정의나 주주권리 보호와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새롭게 바라보는 목표는 ‘어린이 전문병원’ 설립이다.

셀트리온 소액주주 운영위원 장원교(현 희망주주 나눔연대 이사장, '씽크풀' 셀트리온 종목 게시판 필명 '삶의 이유') 전 공동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주식 커뮤니티 사이트 ‘씽크풀’ 셀트리온 종목 게시판에 ‘희망나눔 주주연대’ 설립 계획을 밝히고 공식적인 재단설립 후원금 모금을 시작했다. 환자가 있어야만 수익을 얻는 제약회자의 주주인 만큼, 환자로부터 얻은 수익을 치료비가 모자라 고통받는 어린이 환자들에게 우선 나누겠다는 취지다.

소액주주 운동의 색다른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희망나눔 주주연대. <이코리아>가 홍보 담당 김명석 이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소액주주 운동이 ‘희망나눔 주주연대’라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씽크풀’에서 ‘삶의 이유’라는 필명을 쓰고 계신 장원교 희망주주 나눔재단 이사장님의 아이디어다. 그 분이 운영위가 처음 설립된 2016년경부터 “셀트리온 주식이 15만원까지 오르면 나눔재단을 만들어서 운영하자”는 꿈을 가지고 계셨다. 운영위 멤버들이나 다른 소액주주들도 사전이 이미 이러한 의견에 동의를 하고 있었다.

- 나눔에도 여러 분야가 있는데 어린이 환자 돕기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운영위 내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다. 의료사각지대 말고도 독거노인이나 불우아동 등 도움이 필요한 분야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굳이 환자,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유는 셀트리온이 제약회사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소비재 회사와는 달리 제약회사는 환자가 생겨야 매출이 발생한다. 누군가가 아파야 돈을 번다는 뜻이다.

물론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 시밀러를 통해 약값이 낮아지면 많은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등 좋은 점이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누군가 아파야 돈을 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지 않나. 환자를 통해 회사가 성장하고, 그 회사의 주주로서 우리도 수익을 얻었다. 그렇게 때문에 아픈 사람들에게 우리가 얻은 수익을 돌려주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린이 환자에게 초점을 맞춘 이유는 셀트리온이 벤처기업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이제 창업한지 17년이 지났지만 처음에는 벤처기업으로 불모지에서 시작했다. 회사와 주주들이 희망과 열정만으로 여기까지 끌고 왔다. 그래서인지 셀트리온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도 환자를 위한 기부를 한다면, 미래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 환자를 먼저 챙기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 ‘희망나눔 주주연대’ 재단 설립 준비 경과는 어떤가?

재단 홈페이지 정식 오픈이 3월 20일로 예정돼있다. 현재는 재단 설립 자본금 후원을 위해 먼저 임시로 오픈한 상황이다. 설립 후원금은 1회 한정으로 셀트리온 주식 3주, 또는 현금 100만원 이상을 받고 있다. 20일 정식 오픈 이후에는 월 3만원 이상의 정기후원 모집이 시작된다. 또한 후원회원들의 소통을 위한 게시판 기능도 정식 오픈 이후 추가될 계획이다.

재단 설립 자본금 후원은 셀트리온 주식과 현금 후원을 모두 받고 있다. 목표액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주식과 현금을 다 합쳐서 약 25억원 정도 모였다. 사실 첫날 하루만에 10억원이 모였다. 운영위 내부에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상당히 빠른 속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희망나눔 주주연대'는 어린이 환자를 위한 전문병원 설립을 목표로 시작됐다. <사진='희망나눔 주주연대' 홈페이지 캡처>

 

- 모금 속도가 빠르고 액수도 큰 편이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동참은 어떻게 가능했나.

셀트리온 소액주주들과 운영위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나눔을 실천하는 근간은 신뢰다. 사실 주주들이 어떤 종목을 샀다고 그 기업에 소속감을 갖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오랫동안 장기투자를 하신 분들도 많고 셀트리온 소액주주로서의 소속감도 강하다. 단기매매를 하려고 ‘씽크풀’ 셀트리온 종목 게시판을 찾았다가, 소액주주들이 서로 신뢰하는 모습을 보고 장기투자로 생각을 바꾼 사람들도 많다.

작년 코스피 이전 상장도 소액주주들 간의 신뢰, 운영위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 소액주주들이 운영위에 위임장을 보내려면 인감증명서도 함께 보내야 한다. 그런데 인감증명서를 타인에게 보낸다는 것은 상당히 불안하고 걱정되는 일 아닌가.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운영위를 믿고 보내주셨다. 이처럼 소액주주 간의 상호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대 이상의 후원을 보내주신 것이 아닌가 한다.

- 재단 설립 후원금 기본 액수가 셀트리온 주식 3주 혹은 현금 100만원이다. 선뜻 후원을 결정하기에는 쉽지 않은 금액인데…

세간에서는 “셀트리온 대박났는데 저 정도도 못내겠나”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분들이 훨씬 많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대부분 매달 월급에서 작은 금액을 모아 5주, 10주씩 소량으로 투자해온 분들이다. 셀트리온 주식에 수억원을 투자한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렇게 힘들게 조금씩 주식을 모아서 나도 언젠가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5년~8년간 장기투자를 해 오신 분들이다. 셀트리온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름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왔기 때문에, 그만큼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서도 후원금을 선뜻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씽크풀’ 셀트리온 종목 게시판에 가보면 대리기사 하시는 소액주주 분이 후원금을 인증한 사례도 있고, 대출을 받아서 후원했다는 소액주주분도 계신다. 일확천금을 노렸던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 어린이 전문병원 설립은 쉽지 않은 목표다. ‘희망나눔 주주연대’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어린이 전문병원 설립은 궁극적인 목표이고, 그 전에 내부적으로 선별과정을 거쳐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지원을 할 생각이다.

어린이 전문병원 설립은 후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셀트리온 소액주주 간의 벼룩시장 같은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일하고 있는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약 10만명 정도 된다. 벼룩시장을 통해 소액주주들끼리 물건을 판매해 매출도 올리고, 이윤의 일부를 어린이 환자에게 기부하는 방식으로 선순환 고리를 만들려고 고민 중이다.

다른 한 가지는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나눔을 좀 더 널리 확장하는 것이다. 지금은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대부분 후원금을 내고 있지만 셀트리온 헬스케어, 셀트리온 제약 등 셀트리온 자회사를 비롯해 제약업종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들 전체로 확장할 계획이다. 신라젠, 바이로메드, 메디톡스 같은 시총 상위 기업들로 확장해 더 많은 제약업종 소액주주들이 나눔에 함께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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