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분석기술은 제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주된 요소로 꼽힌다. 빅데이터 분석기술은 쉽게 설명하면 전수 분석기법이다. 컴퓨팅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이제는 수십테라나 수백테러에 달하는 데이터도 쉽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빅데이터의 분석기술은 행정분야에서는 위기에 처한 노인과 가정을 찾아내고, 불법행위 감시분야에서는 예방접종 기록을 분석하여 학대받는 아동을 찾아내고, 우범지역을 찾아낸다. 이러한 빅데이터 분석기술은 특히 기업의 마케팅 분야에서 벌써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에도 상점주인은 고객과의 친밀한 활동을 지속하며, 그들의 사업을 유지했다. 하지만 사람이 장부나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인간의 직관에 의하여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고객의 범위는 150명 정도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등장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기업과 수많은 고객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링크드인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기법, 다양해지고 빠르게 변화

빅데이터 관련 연구자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카드사용내역이나 소비내역을 분석한 결과, 한국 사람들은 장기간의 불황과 미래사회의 불투명으로 10년 후의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보다는 '욜로'나 '소확행'적 소비에 열광한다. 젊은 인재들은 고액의 연봉보다는 일과 쉼에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직장을 선호하고 있다. 청년들은 조그만 여유가 있다면 '여행이나 취미생활, 감성적인 맛집방문'에 자금과 시간을 투자한다. 한편 젊은 층은 제품의 가성비를 따지기보다는 제품이 가져다주는 '감정적'인 가치를 소중히 여기기 시작했다. 만약 기업이 빅데이터 분석으로 이와 같은 거시적인 고객의 변화를 읽어낸다면 마케팅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마케팅 기법은 고객들의 인식을 벌써 바꾸어 놓았다. 특정한 기업에 충성적이었던 고객들은 기업들이 자신들을 특별하게 다루어줄 것을 기대한다. 아부다비에서 뉴욕을 운항하는 A380의 경우 이코노미석이 137만원이라면 비즈니스석은 600만원이 넘는다. 제곱미터당 매출을 따지면 비즈니스석이 1.7배나 많은 매출을 가져온다. 항공사를 자주 이용하는 승객이나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이제 항공사가 공항과 항공기가 아닌 일상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받기를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이제는 기업들이 우수고객들을 먼저 알아보고 그들이 요구하기 전에 특별히 대우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의 승률은 50%를 살짝 넘는다. 일시적으로 고객이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트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한대로 게임이 지속될 경우 승자는 언제나 카지노가 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법은 지속적으로 찾아오던 고객이 찾아오지 않으면 카지노에게 무료식사, 공연티켓 등을 제공해서라도 고객을 방문하도록 유도한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개념은 고객의 변화를 자동적으로 제조라인에 실시간으로 투입시키는 것을 주된 요소로 한다. 아디다스가 독일로 공장을 옮긴 것은 개인들의 다양해진 선호도를 곧바로 제조라인에 반영하여 개별화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들의 가치가 과거에는 토지, 건물, 재고 등 유형적인 자산과 특허권, 영업비밀 등의 무형자산으로 평가되었지만, 이제는 빅데이터를 통하여 고객들의 마음을 읽는 기업의 능력과 충성된 고객들이 주요한 자산이 된다.

 

고객 관리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

기업이 고객별 특성을 프로파일로 만들고 고객의 주문시기를 정확히 알아낼 경우 기업은 재고의 보관비용이나 자재구입과 관련된 금융비용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절감된 코스트는 다시 고객에게 돌릴 수도 있다.

고객이 할인마트에서 물품을 구매하면서 포인트 정보를 사용한다면 최근에는 잘 발달된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이 구매자의 이름, 주소, 성별, 구매빈도 등의 25개 정도의 항목을 신속하게 파악하여 정리한다. 기업이 사전에 수집된 이러한 고객의 정보를 통하여 정확하게 예측을 한다면 기업은 고객의 구매지 근처로 물품을 미리 보내어 대기하도록 하여 배송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만약 고객이 반복구매를 할 시점에 반복구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기업은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거나, 재구매를 할 시기임을 알려줌으로서 고객의 이탈을 막을 수 있고 소비자는 제품이 주는 효용을 계속 누리게 된다. 한편 정교한 고객정보의 축적은 고객이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 결정을 내리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미 구글의 애드워즈나 이베이는 사용자의 관심분야를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파악하여 광고나 제품 등의 정보를 자동으로 도출해준다. 하루 3TB에 달하는 고객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모바일 광고업체 모비스타더 개별 고객에 특화된 광고를 송출한다. 최근 각 가정에 보급이 확대되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음성인식과 같은 새로운 방법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고객의 취향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추천한다.

예측기법은 연광성이 있는 제품에 대한 새로운 예측도 가능하게 한다. 남성정장을 구매한 사람이 셔츠나 타이, 정장구두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여러 개의 제품에 대한 상관관계를 계산해낸다면 재고의 위치를 바꿔서 다음에 구매할 물건을 바로 옆에 비치할 수 있다.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이 선호하는 다른 브랜드 제품을 인근에 배치하거나 추천하여 판매를 촉진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고등학생의 색상 선호도에 대한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여 임신관련 카다로그를 보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이 도출하는 상관관계에 있는 물품에 대한 자동적인 구매예측은 고객이 다음 물품을 찾아 웹사이트나 매장을 헤매지 않는 편의를 제공한다.

기업의 자원은 제한적이다. 기업은 감사편지나 마케팅용 홍보자료의 배포에 비용이 수반되므로 무한히 배송할 수 없다. 만약 기업이 고객의 충성도를 수치화하여 정렬한다면, 기업은 자신의 역량을 우수 고객에게 우선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기업이 고객을 유지하는 한도나 조건을 정확히 알아낸다면, 기업은 사전에 할인이나 에누리금액의 한도를 조정하여 고객을 붙잡아 둘 수 있다. 기업이 고객의 이탈이 발생하는 원인을 사전에 분석한다면 추가적인 이탈을 방지할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보호법이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다. 대부분의 미국 기업은 구입한 전자제품을 30일 이내에 반품하면 아무런 불평 없이 반품을 받아준다. 만약, 특정 고객이 반품을 자주하는 블랙컨슈머일 경우에 기업은 사전에 이를 파악하여 DM 등의 마케팅을 제한할 수도 있다. 반대로 특정한 고객이 금전적이나 시간적인 여유가 많고, 할인이벤트에 관심이 있다면 이 고객에게는 이벤트에 관한 소식을 자세하게 제공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마케팅에 관한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이제는 대규모의 증권거래도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알아서 하고, 금융권의 고객 상담도 인공지능을 가진 챗봇이 수행한다. 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서니배일에 있는 베스트바이에서 물건을 자주 구매했는데 고객의 정체성에 대한 검증용으로 우편번호를 입력한 적이 많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미국에서는 수많은 기업들이 우편번호로 거주지를 파악하여 고객의 자산 정도과 생활 여건을 추정한다. 적절히 수집된 우편번호는 보다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 미국의 특정 카운티에는 정원의 잔디를 일정하게 깍도록 강제하는 조례가 있다. 하지만 가뭄으로 시달리는 지역에는 인조잔디를 깔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카운티마다 다른 조례를 거주지별로 분류하여 판촉을 한다면 전혀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최근에 개발된 인공지능의 자율학습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고객 분류법을 생성해낸다. 다수의 웹사이트에는 쿠키나 투명한 그림파일들이 내장되어 있고, 인공지능 기법은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여 인간이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분류 기준을 파악해내고 이를 영업에 활용하도록 제시한다. 예를들면 특정 고객이 해외직구를 수행하는 병행수입업자임을 알아낸다면 특정국가의 디스트리뷰터 권한을 조정함으로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생성할 수도 있다.

물론 인간의 선입견이 개입될 수도 있는 예측프로그램이나 인공지능이 모두 정확한 것은 아니다. 과거 나이키는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여 예측프로그램을 만들었으나, 정확성이 떨어져 손해를 입기도 하였다. 지나치게 혁신적인 태도를 가진 알고리즘보다 미래에 대하여 다소 중립적인 태도를 가진 알고리즘이 결과를 더욱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프로파일링으로 고객의 가치 재평가

개인정보에 관한 법률이 강화되기 전 개인의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는 수집하여 판매하는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의 빅테이터와 인공지능기법은 고객에 대한 더 자세한 프로파일링을 생성한다. 미국의 마케팅 기업이 개인별로 작성하는 프로파일링 항목은 50개가 넘는다. 이제 정교화된 컴퓨터 프로그램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정도 되었다. 네이버금융에서 특정한 펀드를 검색하면 수백가지의 정보가 나타난다. 정교화된 시스템은 고객 자체도 수익율을 나타내는 펀드상품처럼, 평생가치란 개념으로 수치화된 금액으로 제시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개인의 프로파일링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본 자료로 사용한다. 특정한 프로파일링 요소를 가진 대출자들이 대출금상환비율이 낮을 경우, 인공지능은 대출희망자의 프로파일링을 분석하여 대출을 거부하거나 더 높은 이자율을 요구할 수 있다.

한편, 지나친 프로파일링은 개인정보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위험성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에서는 통합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제정하여 올해 시행한다. 관련 규정에서는 종교나 신념, 정치적 의견, 노동조합 가입의 여부, 유전적 질환이나 성적지향성 등에 대한 민감한 정보나 아동에 관한 정보는 특별히 보호가 강화된다. 만약 기업이 개인정보보호에 관련된 GDPR의 규정을 위반할 경우 2천만유로나 년 매출액의 4% 중 높은 금액으로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것은 유럽국가내의 업체뿐만 아니라 유럽국가와 거래하는 업체에게도 적용되며, 벌써부터 빅데이터 이용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날로 발전하는 빅데이터 분석기법으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들이 축적된다. 하지만 기업들이 그것을 충분히 분석하고, 분석한 후 대응책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이키와 같은 부분적인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된 행동이 타당한지도 끊임없이 검증하여야 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분석하는 예측 마케팅이 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지고, 국가 경제가 발전해 고용의 유연화가 시작된다면 개인의 역량 자체는 수치화되어 거래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개인의 가치를 알고리즘에 의하여 금전적으로 평가하는 몰인간성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초연결의 사회에서 누구나 자신의 브랜드를 높게 유지할 필요가 있고,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미리부터 꾸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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