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수입 철강에 25%, 수입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실질적 목표인 중국경제보다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수입 철강이 안보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철강 분야에서 중국에 의한 만성적 초과 공급은 전지구적 자유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이번  관세 조치가 사실상 중국 철강 산업을 주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 언론들도 관세 조치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알리는 선전포고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백악관의 의도와는 달리 중국이 입는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은 총 460억 달러 규모이며, 이번 관세조치로 약 142억 달러 규모의 적자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채드 브라운 선임연구원은 지난 5일 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에서 “트럼프 정부가 전세계적 철강 홍수의 주범으로 지목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이 중 겨우 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브라운 선임연구원이 상무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세 조치에 따른 각국의 수출감소액을 추산한 결과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나라는 중국이 아닌 캐나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캐나다는 현재 대미 철강 및 알루미늄 수출액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인 국가다. 브라움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캐나다가 이번 조치로 입게 될 피해액은 철강 20억 달러, 알루미늄 12억 달러 등 총 32억 달러에 달한다. 캐나다는 멕시코와 함께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지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이 뒤바뀔 수도 있다.

2위는 유럽연합(EU)으로 철강 24억, 알루미늄2억 등 총 26억 달러 상당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철강 수출 부문에서 약 11억 달러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3위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의 예상 피해 규모는 철강 3억7600만 달러,  알루미늄 3억1300만 달러 등 총 6억89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약 멕시코(10억 달러), 브라질(9억6500만달러), 러시아(8억2300만 달러)보다 적고,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일본과 비슷한 수치다. 브라운 연구원은 “이전에 부과된 반덤핑 및 방위관세등으로 인해 중국으로부터의 관련 제품 수입은 이미 현저하게 제한된 상태”라며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엉뚱한 피해를 입게 된 EU, 캐나다, 멕시코, 한국, 일본 등 이 보복관세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 경제가 심각한 손실을 입게될 가능성도 높다. 브라운 연구원은 철강관세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이 미국산 제품에 10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관세 대상이 아니었던 수입품목을 관세 부과 목록에 추가하는 등의  보복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