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내 대북 외교라인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CNN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북한이 비핵화 및 북미대화의 의지를 보인 가운데, 미국이 어떻게 응답할지에 대해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정부 내 대북라인 공백으로 인해 이번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CNN은 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부에서 북한문제 전문가를 수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현재 트럼프 정부 내에 북한 대표와 직접 만나 협상해 본 경험이 있는 외교 인력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북한 대표와 비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을 논의해온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번 주 사임했다. 게다가 지난해 국무부 동아시아 사무차관보로 지명된 수잔 손튼이 아직 지명자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주한미대사도 공석인 채 마크 내퍼 대사 대리가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아틀란틱(The Atlantic)도 “조셉 윤 전 특별대표의 사임으로 트럼프 정부의 외교인력 공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대체 누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뉴아메리카 재단의 수잔 디마지오 선임연구원은 아틀란틱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중요한 외교적 노력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불확실하다. 현재 북한 관료와 실제로 접촉해 본 사람은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보좌관 한명 뿐”이라고 지적했다. 후커 보좌관은 이방카 트럼프와 함께 평창올림픽 폐회식에도 참석한 바 있으나, 당시 북한 대표단과 접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지난 7일, “지난 10년간 미국의 대북 협상능력은 특히 북한 인사와의 직접 대면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쇠퇴해왔다”며 트럼프 정부 내 대북외교인력의 부족을 우려했다. 위트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보다는 간접적 정보분석에 치우쳐있다며, 하루 빨리 대북 특사를 임명해 윤 전 대표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외교 공백에 대한 지적에 대해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6일, “윤 전 특별대표가 북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것은 틀린 생각이다. 우리는 경험 있는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현재 수잔 손튼 국무부 동아시아 사무차관보, 마크 내퍼 주한미대사 대리,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국과장 등이 북미대화의 실무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북한 대표와의 면대면 회담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같은 외교 공백에 대처하기 위해 국무부가 외부 전문가를 수혈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 국무부 관료는 CNN 인터뷰에서 국무부가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의 합의에 나서기 전 협상 실무를 담당할 외부인사 수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료는 아직 구체적인 이름이 거론되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CNN은 대북문제와 관련하여 백악관 내부가 대화파와 강경파로 양분돼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대화파인 틸러슨 국무장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은 강력한 경제제재를 통해 북한을 고립시켜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전략을 지지하는 반면, 맥마스터 안보보좌관 등 강경파들은 북한의 대화 의지를 핵무기 완성을 위한 시간벌기로 의심하며 선제타격을 주장하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대북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와 만나 북한문제를 논의했다며, 강경파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대화 제의는 대화파가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는 호기다. 실질적인 북미대화가 성사되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경우, 아직은 약세인 대화파의 목소리도 힘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계속된 인력누수와 대북외교경험 부족으로 모처럼의 대화 기회를 흘려보낸다면, 미국의 대북정책이 이전보다 더 강경한 방향으로 선회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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