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의 최저임금 산입 여부를 두고 노사가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진은 최저임금위원회 어수봉 위원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노사간의 논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종결됐다. 상여금의 최저임금 산입 여부를 두고 노사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6일 오후 소위원회를 열고 최저임금 산입범위등 관련 현안을 놓고 밤샘 토론을 벌였으나 노사 간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7일 발표했다. 사용자 측은 기본급·직무수당·직책수당 등 매달 1회 이상 정기 지급되는 임금만 포함하는 현행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상여금,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숙식비 등 현물급여까지 넓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노동자 측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의 의미가 없어진다며 강력 반발했다.

국내 기업의 노동비용에서 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20% 수준으로 전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만약 상여금이 최저임금으로 계산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고정적인 상여금 지출이 최저임금 인상분을 메꿔 인건비 부담을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각종 수당 및 숙식비 등 현물급여까지 산입범위에 포함될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의 부담은 더 줄어든다.

사용자 측은 캐나다, 유럽 등 OECD 주요 회원국에서도 상여금과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고 있다며 관련 규정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은 상여금을 비롯해 숙박비, 고용주의 강요에 의하지 않은 근로자의 물품·서비스 구매비용, 장려금 등이 모두 최저임금으로 산입된다. 프랑스는 최저임금 계산 시 기본급 외에도 숙식비등 현물급여와 상여금, 휴가·성과수당, 연말 보너스가 포함된다. 재계에서는 한국의 최저임금이 타 OECD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은 협소한 산입범위 때문이라며, 선진국 사례를 반영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일본 제조업체 경우, 2006년 기준 노동비용 대비 상여금 비중이 무려 17.4%로 국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최저임금 계산시에는 제외된다. 대신 일본은 숙식비 등 현물 급여를 최저임금 계산 시 감액 특례 항목으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필요한 실제 비용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만 산입된다. 그 외 각종 수당들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된다.

미국 또한 상여금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저임금 계산 시 산입 범위로 고려되는 것은 각 주가 정한 시간당 임금이며, 상여금뿐만 아니라 시간외 수당도 산입되지 않는다. 애초에 상여금 제도가 미국에서 일반적이지 않아 공정근로기준법(FLSA)에도 관련 조항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5년 최저임금위원회가 발간한 “주요국가의 최저임금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32개 국가 중 상여금과 숙식비가 모두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경우는 단 7개국에 불과했다. 재계에서는 영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 사례를 강조하며 한국의 최저임금 제도가 글로벌 추세에 뒤쳐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두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사례는 대만·중국·아일랜드·체코·포르투갈 등으로 우리보다 선진화된 경제구조를 가졌다고 보기 어려운 나라들이다.

반면 숙식비 등 현물급여의 최저임금 산입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캐나다의 경우, 제공되는 숙식을 피고용인이 이용하지 않은 경우 최저임금으로 산입시키지 않는다. 또한 캐나다는 주식옵션 등 금전보상과 보너스, 교제비, 각종 수당을 비롯해 팁과 수수료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상여금 자체가 한국과 일본 특유의 임금구조에 기인한 항목인 만큼 서구권 선진국과의 단면적인 비교는 어렵다. 특히 국내 업계의 경우 세금, 수당, 퇴직금 등 각종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기본급 대신 상여금 비중을 늘려온 터라, 상여금 비중이 7~8% 수준인 서구권 국가들과 비교 대상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각종 수당 및 숙식비 등 현물급여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배제하고 있는데다 상여금 포함 여부도 국가별로 상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세계적 추세’에 따라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재계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사합의가 결렬된 만큼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쟁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고용노동부로 넘어가게 됐다. 고용노동부는 향후 국회 및 노사단체들과 협의를 거쳐 상여금·숙식비 및 각종 수당의 최저임금 산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