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 조치에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한 폴 라이언 하원의장. <사진=CNBC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관세 부과로 인한 해외 반발에 앞서 내부 갈등부터 봉합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이 적극 반대하고 나선 때문이다.

라이언 의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내고 “우리는 무역전쟁의 결과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백악관이 이 계획을 추진하지 않기를 촉구한다”며 “새로운 세재 개혁이 미국 경제를 부양하며 발생한 이득을 잃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관세조치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며 맞섰으나, 공화당 내 서열 1위로 꼽히는 라이언 의장의 반대로 인해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라이언 의장은 대선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과 소원했지만 당선된 이후에는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러한 라이언 의장까지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미국 언론에서는 국회 차원에서 철강 관세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절차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날 공화당 의원들이 단순 반발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의 관세부과 권한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 의원들이 올해 하반기에 예정된 트럼프 정부의 무역협상권한 재승인을 거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계획을 밝힌 이후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 상당수가 반트럼프로 돌아서고 있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둔 지금 굳이 관세 조치로 지속적인 경제 호황에 찬물을 끼얹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대세다. 자칫 관세조치로 소비재 물가가 상승하거나 철강소비업종이 약화돼 유권자의 마음이 돌아설 경우 상·하원에서 다수 의석 유지를 노리는 공화당의 선거 전략이 붕괴될 수 있다. 존 코닌(공화당, 텍사스) 상원의원은 “이것(관세조치)은 부동산 거래가 아니다”라며 과거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조치의 부작용에 무지하다고 비판했다. 코닌 의원은 이어 “관세는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으로 전달될 것이며, 이는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실망감을 표하는 경제관료들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2일 보도에 따르면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관세조치를 막기 위해 사퇴까지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콘 위원장이 이번주 내로 관세조치로 인한 잠재적 피해가 예상되는 업계 관계자들과 회의를 주선할 것이라며, 백악관 내 자유무역지지파들이 관세조치 추진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트럼프 정책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보내왔던 폭스뉴스조차 관세 조치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폭스뉴스는 이날 사설에서 “관세는 보호대상 산업과 종사자들에게 잠시 동안 도움이 될 수는 있다”며 “하지만 보호주의는 모든 다른 산업과 소비자를 희생시켜 한 산업을 돕는 것이며 이득보다 손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폭스뉴스는 이어 “미국 번영의 핵심은 지역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치가들의 욕심에 대한 확고한 헌법상의 금지”라며 “무역은 좋은 것이지만 관세는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조치에 대해 물러설 생각이 없다며 확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뿐만 아니라 공화당, 백악관, 언론까지 관세 조치에 모두 등을 돌린 상황에서 국회가 실질적인 조치에 나설 경우 트럼프 대통령도 현재의 태도를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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