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총기'를 휴대한 합동결혼식이 열려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종교단체에서 합동결혼식을 진행하면서 참석자 전원에게 총기를 휴대하도록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행사는 故 문선명 통일교 교주의 7남 문형진씨(38)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뉴파운랜드에 위치한 ‘세계평화통일 생추어리’ 교회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합동결혼 축복예배에 약 500명 이상의 인원이 AR-15 소총을 휴대한 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기는 지난달 14일 플로리다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사용한 무기다.

이 교회의 설립자인 문씨는 합동결혼식에서 총기를 성경에 나오는 ‘쇠막대’라고 지칭하며, 무장이나 억압을 위한 것이 아닌 하나님의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무기라고 주장했다. 문씨는 또 “전능하신 신이 무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부여한 권리를 통해 서로를 보호하고 인류를 번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 총기 참사에 대해서도 “교사가 무장을 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때 문 교주의 후계자로 지명됐던 문씨는 문 교주의 사망 3년 뒤인 2015년, 내부 권력투쟁에서 패해 교권을 박탈당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생추어리 교회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통일교의 2대 총재라고 주장하고 있는 문씨는 지난해에도 신도들과 함께 총기로 무장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달 28일 총기 결혼식에 참석한 문형진씨의 모습. <사진=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생추어리 교회는 합동결혼식 전 신도들에게 총기를 지참하라고 통보했으며, 커플들에게 총알로 만든 왕관을 씌우고 총기를 든 채 결혼서약을 하도록 했다. 교회 측은 안전 상의 이유로 입장 전 참석자들이 소지한 총기의 잠금장치와 장전 여부를 검사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 총기참사의 여파로 총기규제 목소리가 힘을 얻는 가운데 열린 ‘총기 결혼식’으로 인해 해당 지역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교회 인근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들을 다른 지역에 위치한 캠퍼스로 보내 수업을 받도록 조치했으며, 일부 지역주민들은 해당 교회에 모여 피켓을 들고 반대시위를 열기도 했다. 지역 주민 에스더 클레이튼은 지역방송국 WFMZ와의 인터뷰에서 “교회 안에 총기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우리 마을에서는 안된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반면 합동결혼식 참석자인 존 기드니는 “(총기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일 뿐,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혼란을 초래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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