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켈리 비서실장이 이방카, 쿠슈너 부부를 압박하면서 백악관 권력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더힐(The Hill)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존 켈리 비서실장이 이방카 트럼프·재러드 쿠슈너 부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면서 백악관 내부 권력투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 내 권력지형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이번 싸움의 결과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켈리 비서실장과 '자방카'(재러드와 이방카의 합성어) 부부의 갈등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켈리 비서실장이 쿠슈너의 보안등급을 강등시키면서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다수의 백악관 관료들이 일시적인 기밀정보 접근 권한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해 온 켈리 비서실장이 보안등급 체계를 개편하면서 일부 백악관 관료들의 보안 등급을 하락시켰는데, 여기에 쿠슈너도 포함됐던 것. 폴리티코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기존 ‘일급비밀 또는 특수정보급’이었던 쿠슈너의 보안등급은 ‘기밀급’으로 강등됐다.

이로 인해 ‘모든 부처의 장관’으로 불려온 쿠슈너의 행동 반경에도 제약이 생기게 됐다. 현재 쿠슈너의 강등된 보안등급으로는 핵심 기밀정보가 포함된 대통령 일일브리핑을 더 이상 받아볼 권한이 없다. ‘선임고문’이라는 모호한 직책 하에 고위 외교업무를 전담해온 쿠슈너가 기밀 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은 업무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제 안보법 변호사 브래드 모스는 지난 28일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이번 조치는 쿠슈너의 업무 수행력이 크게 약화시키고 허수아비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슈너뿐만 아니라 이방카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CNN은 지난 1일 미 연방수사국(FBI)이 최근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트럼프 호텔 및 타워와 관련해 이방카의 해외 사업거래에 문제점이 없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국내 정치에 큰 영향력을 가진 이방카가 해외 사업에서의 이해관계 때문에 중국, 러시아 등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 CNN은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이방카도 쿠슈너처럼 기밀정보 접근 권한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쿠슈너도 도이체방크와의 부적절한 금융거래에 대한 뉴욕 금융감독청의 조사를 비롯해, 백악관 내에서 사모펀드 관계자와 접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보안등급 강등이라는 수모를 당하게 됐다.

게다가 이방카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호프 힉스 백악관 공보국장도 지난달 28일 사임을 발표했다. 과거 이방카의 패션회사 컨설팅으로 인연을 맺어 백악관까지 입성하게 된 힉스 공보국장은 27일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부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채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일하면서 종종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백악관의 중심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자방카' 부부가 위기를 맞게 되면서 켈리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백악관 권력지형이 새롭게 그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켈리 비서실장은 최근 외교경험이 전무한 이방카가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미국 측 단장으로 방문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등, '자방카' 부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11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켈리 비서실장은 지난해에도 '자방카' 부부를 백악관에서 내보내고자 논의를 주도한 바 있다.

하지만 '자방카' 부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계가족인 만큼 켈리 비서실장의 뜻대로 상황이 흘러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국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켈리 비서실장이 쿠슈너의 보안등급을 강등시킨 것에 대해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켈리 비서실장이 결정할 일이다”라고 말하며 켈리 비서실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가족들의 불만이 계속 제기될 경우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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