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한미동맹의 비용과 실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세탁기·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과 FTA 재협상에 이어, 백악관이 철강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등 경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관계는 표면적으로 여러 부침을 겪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는 한편,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한미군사훈련 연기 제안을 수락하는 등 때때로 유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주한미군 방위비로 10억 달러를 요구하거나 한미FTA를 불공정 무역이라고 지칭하는 등 동맹관계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도 잦았다.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한국과 조율되지 않은 즉흥적이고 강경한 발언으로 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시대의 한미 동맹관계는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수 없는 모호한 상황 속에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남북대화 및 한미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문재인 정부와, 강력 제제와 군사적 응징, 미국 우선의 보호주의 무역을 주장하는 트럼프 정부의 갈등은 피해가기 어려운 문제다.

한미동맹의 안보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양국 간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굳건히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냉전 하에서 형성된 한미동맹이 과연 현재의 국제체제에서 실익이 있는 것인지 반문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이코리아>는 한미동맹의 비용과 실익을 중심으로 양국관계를 전망해봤다.

◇ 한미동맹은 비대칭 동맹

국내외 정치학계에서는 이견 없이 한미 동맹을 ‘비대칭 동맹’으로 해석하고 있다. 통일연구원 이우태 부연구이원은 지난 2016년 발표한 논문에서 “국제체제에서 상대적으로 내부의 자원과 역량이 부족하고 대외적으로 지위가 약한 약소국은 자국의 안보와 생존이라는 최대의 국가이익을 위해 자국의 군사력 확대와 함께 강대국의 힘을 빌리는 안보전략으로서 동맹을 선택하게 된다”며 한미동맹의 비대칭성을 설명했다.

냉전이라는 환경에서 자생이 어려운 한국이 미국의 경제·군사 원조에 의존하는 형님-동생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 이 덕분에 한국은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동시에 국제무대에서 자율성을 상실하고 미국의 기조에 따르는 대가를 치렀다. 경우에 따라 미국의 국제 갈등에 한국이 연루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결국 한미동맹을 통해 양국은 안보와 자율성이 상호거래하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이러한 비대칭적 관계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북한의 고립주의 노선 때문에 한미동맹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좀 더 대칭적인 관계로의 발전을 통해 자율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역내 갈등을 다자간 협력관계로 해소하고 대북 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자율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 한미동맹의 성격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시도됐다. 9.19 남북공동성명, 6자회담 등은 냉전식 한미동맹을 벗어나기 위한 당시 노력의 대표적인 성과물이며, 이러한 변화에 미국도 어느 정도 동의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물론 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한국이 좀 더 나눠져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98년 4211억원이었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노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인 2007년 7255억원으로 총 72.3% 증가했다. 이는 2005년 주한미군 감축과 용산기지 이전으로 분담금 규모가 축소된 것까지 고려하면 상당 수준 증액된 것이다.

1991년~2016년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자료=통계청>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미정책 기조는 “형님-동생”관계로의 역전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각각 ‘포괄적 전략동맹’, ‘글로벌 파트너십’ 등의 용어를 사용해 한미동맹을 한 차원 격상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국제전략에서 우리에게 기대하는 역할에 좀 더 순응하겠다는 의사 표시와 다름 없다. 한동대학교 김준형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2013년 한 대담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상호성이다. 이는 우리의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는 상호성이다. 우리는 겉으로 격이 좀 높아지는 대신, 상당 부분 미국의 전략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동맹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한국은 2008년 이후 부담을 늘리고 자율성을 회복하는 대신 한미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자율성을 내려놓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6자회담을 주도하던 이전 상황과는 달리 대북·대중 외교에서의 자율성도 상당 부분 축소됐다. 대신 방위비 분담금도 이전보다 증가세가 줄어들었다. 이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8년 7415억원이었던 분담금은 2016년 9441억원으로 24.8% 증가하는데 그쳤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의 증가세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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