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가 수입산 철강,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오히려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CBSNEWS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미 상무부가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방안을 백악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국가들이 미국의 지나친 자국 우선주의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한편, 미국 내에서는 이번 관세 부과안이 과연 미국 산업에 ‘득’이 될 것인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내부의 문제 제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저렴한 수입 철강을 사용해온 미국 내 제조업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철강 수입의 증가로 이미 미국 철강산업은 문을 닫은 상황이라며 “미국 내 철강생산업체가 줄어든 수입량을 대체할 정도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키뱅크캐피털마켓의 금속시장 분석가 필립 깁스도 이날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파이프나 튜브를 사용하는 산유국에서는 수입 철강은 필수적”이라며 “지난 3~4년간 가동이 중단됐던 공장들을 되살려야 하는데, 이는 엄청난 자본이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시추설비 전문사이트인 리그존(Rigzone)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석유파이프라인협회(AOPL) 또한 미 상무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이런 이유로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AOPL은 파이프라인 제조에 필요한 철강은 특별한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는 제품이어야 하는데, 미국 철강산업이 이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국 내 철강산업이 수요량을 맞추지 못하게 될 경우 미국 제조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관세로 인해 상승한 가격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이는 미국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데다, 심할 경우 제조업 분야의 고용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국제경제연구소(IIE)는 지난 2002년 부시 정부의 철강 관세 부과로 인해 관련 산업분야에서 약 2만6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 내부의 관세 반대론의 또 다른 근거는 무역보복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미 상무부의 철강 관세에 대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정당화하는 것은 동맹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타격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무역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되는 것이라며, 국가안보를 이유로 보복관세를 정당화시킨다면 결과는 결국 무역전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수입 철강에 대해 30%의 관세를 부과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개월 만에 해당 조치를 철회해야만 했다. 전 세계의 철강 생산국들이 미국을 WTO에 공동 제소하는 등 강력 반발했기 때문. 특히 유럽연합은 부시 정부가 철강 관세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22억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위협해, 결국 부시 정부로부터 관세 철회를 이끌어냈다.

카네기멜론대학의 리 브랜스테터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는) 특히 중국이 우리에게 사용할 수 있는 전례를 만드는 것”이라며 “WTO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 산업에 똑같은 고통을 가할 권리를 허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의 주요 수출대상국인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물리게 될 경우 미국 경제도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다른 국가들이 부시 전 정부시절보다 더 인내심이 클 것이라고 생각할 근거가 없다”며,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될 경우 “(트럼프 정부는) 2차대전 이후 그 어떤 나라도 넘지 않았던 선을 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1일까지 상무부 제안을 검토 후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쳐온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도 불사하며 ‘선’을 넘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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