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18일 이틀간 뮬러 특검의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트위터를 수 차례 올려 물의를 빚었다. <사진=폴리티코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뮬러 특검팀을 비난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상으로 펼친 주장이 대부분 잘못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며 팩트체크에 나서고 있다.

로버트 뮬러 특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2016년 미 대선 개입 혐의로 러시아 관계자 13명과 기관 3곳을 기소했다. 기소장에는 이들이 대선 2년 전부터 소셜미디어·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분쟁을 촉발하는 글·댓글을 올리며 힐러리 클린텅 민주당 대선후보에 불리한 비난 여론을 키우는 작업을 해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소된 개인·단체 중 일부는 미국인 신분을 도용하거나 계좌를 개설하는 등의 위법행위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대선 개입 문제로 정권의 정당성을 위협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특검의 기소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주말 트위터를 통해 여러 차례 관련 글을 올리며 반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은 아래와 같다.

▲(17일 오전 5시경) 러시아는 내가 대선출마를 선언하기 오래 전인 2014년부터 반미 캠페인을 시작했다. 대선 결과에는 영향이 없었다. 트럼프 캠페인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으며 (러시아와) 공모하지 않았다.

▲(18일 오후 1시경) FBI가 플로리다 총격사견 범인이 보냈을 수많은 신호를 놓쳤다는 사실이 매우 슬프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FBI는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공모를 입증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공모는 없었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하라!

▲(18일 오후 1시경) 맥마스터 안보보좌관은 2016년 대선 결과가 러시아에 의해 바뀌거나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공모는 오직 러시아와 부정직한 H(힐러리), 민주당원 및 그 지도부 사이에만 있었다고 말하는 것을 잊었다. 더러운 서류들과 우라늄 의혹, 이메일들과 포데스타 그룹을 기억하라!

▲(18일 오후 9시경) 나는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없다. 나는 “러시아일 수도 있지만, 중국이나 다른 나라, 또는 다른 단체들, 아니면 침대에 앉아 컴퓨터를 하고 있는 180kg의 천재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거짓말’은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것이다. 그런 적은 없다.

▲(18일 오후 9시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란에 17억 달러의 현금을 보내고, 의회나 FBI, 법무부의 그 누구도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내내 트위터를 통해 뮬러 특검과의 설전에 나서자, 워싱턴포스트(WP), CNN, 복스(VOX)등 미국 언론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을 일일이 검토하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찾아내고 있다. 가장 먼저 지적된 부분은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는 주장이다. 트위터 발언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러시아 대선 개입설을 부정해왔다. 지난해 7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그랬냐고 묻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절대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시 물어봤지만 역시 절대 아니라고 답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를 만날 때마다 ‘나는 그런 일(대선 개입)을 한 적 없다’고 말한다. 나는 그의 말을 믿는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 44회나 러시아 대선 개입설을 거짓말이나 민주당에 의한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소장 내용을 근거삼아 뮬러 특검이 ‘러시아 개입은 대선 결과에 대 한 영향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16일 기소 내용을 발표한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미국인이 불법 활동인 줄 알고 참여했거나, 러시아의 개입이 대선 결과를 뒤바꿨다는 혐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인터넨매체 복스(VOX)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소장을 의도적으로 오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소장에는 “피고는 2016년 미 대선을 포함해 미국 정치체제에 불화의 씨를 뿌리려는 전략적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며 “피고는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고 힐러리 후보를 폄하하는 작업 등을 수행했다”고 명시돼있다. 러시아 개입이 대선 결과를 결정지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영향이 없었다고 단정하는 발언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와 러시아와의 공모설을 주장한 부분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라늄채굴권, 포데스타그룹, 비밀문건 등 오래된 의혹을 다시 제기하며 클린턴 후보를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증거가 빈약해 믿기 어려운 의혹에 불과하다. WP는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 시절 미국 내 우라늄광산 채굴권을 러시아기업에게 넘겼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국무부는 해외투자위원회에 속한 9개 기관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WP는 당시 클린턴 후보가 독단적으로 이를 처리할 권한도 없었을 뿐더러, 미국 우라늄의 20%를 넘겨줬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실제 해당 광산의 생산량은 미국 전체 생산량의 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캠프의 선거전략을 담당했던 존 포데스타가 러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를 풀기 위해 로비 활동을 펼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WP는 “당시 포데스타의 활동은 해당 은행의 미국내 자회사도 제재 대상인지 규명하기 위한 활동이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부정하며 클린턴 후보 및 민주당과 러시아의 공모설을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트위터 발언으로 인해 자승자박에 빠지고 있는 모양새다. 트위터 발언의 단어 하나까지 팩트체크에 나서고 있는 미 언론의 공세로 인해 오히려 자신이 주장이 ‘가짜’로 판명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일관되게 공식 문서나 회견보다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을 즐겨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의 비판에도 개의치 않고 다시 트위터를 통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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