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휴일이면 산에 가는 것은 거기에 건강한 식생을 가진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늘 자연에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최대한 자연을 내 곁에 끌어들이는 게 정원의 시작이다. 그래서 자연을 Nature 라고 한다면 정원은 Second nature 라고도 부른다. 정원은 자연과 교감하는 채널이다. 정원가꾸기를 한다는 것은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다. 정원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리고 계절별로 어떤 과정을 거쳐야 연중 아름다운 정원이 되는지 하는지 하나씩 짚어본다.

가을엔 구절초가 주연이다. 나무잎들은 점차 단풍이 물들어간다.

곧 봄, 4계절 꽃이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구상해보자

정원(庭園, garden)의 숨은 뜻

정원(庭園, garden)은 흙, 돌, 물, 나무 등의 자연재료와 건축물 같은 인공재료에 의해 미적이고 기능적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흔히 집을 짓고 나서 실내외 공간을 이용하여 실용적이거나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든 뜰 또는 넓은 공간을 정원이라 할 수 있다.

정원의 정(庭)은 집안에 있는 마당 즉 ‘뜰’을 의미하며 원(園)은 꽃과 열매를 맺는 다양한 나무, 연못, 동산 등을 뜻한 데서 유래된 말이다. 그러니 꽃과 정원을 다루는 입장에서 혹시 ‘누가 가정이 있느냐?’ 라고 물으면 ‘당신은 부인이나 남편이 있느냐?’가 아니고 집에 정원이 있느냐를 물은 것으로 봐야 맞다. 정원은 4계절 변화하는 살아있는 꽃과 나무들이 주인공이며, 정원 가꾸기는 그 주인공인 생명들을 돌보며 교감하는 과정으로 정원 디자인, 식물의 선정 배치 및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공간을 아름답게 가꿔가면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는 인간 본성에 충실한 활동이다.

 

정원 만들기, 그 과정은 기쁨

4계절 아름다운 나만의 정원을 만든다는 것은 가슴 뛰는 일이다. 우리는 꽃과 나무들을 통해 보다 자연스런 삶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꽃을 좋아한다고 초화류만 잔뜩 심곤 하는데 그렇다고 아름다운 정원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원 대상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 내가 좋아하는 기본적인 디자인, 자연스런 동선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세부 배치계획과 유지관리계획 등 전체적으로 체계적인 과정을 거쳐야 만족할만한 정원이 조성된다.

전체를 전문가에게 의뢰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설계나 구조물 시공 등 전문적인 분야는 맡기더라도 꽃과 나무를 심는다던지 하는 일들은 주인이 직접 실행하는 게 식물들과 교감하는 것은 물론 시공 후 사후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고 비용면에서도 경제적이다. 정원은 만드는 주요 과정은 크게 부지조사와 분석 → 계획 및 설계 → 시공 → 유지관리의 4단계로 구성된다. 단계별로 소개하기로 하고 이번엔 부지조사와 분석에 대해 살펴본다.

겨울엔 자연이 만들어주는 눈꽃들이 압권이다. 나무의 종류에 따라 만들어내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정원 만들기 첫 번째, 부지조사와 분석

좋은 정원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는 대상지에 대한 자연물, 인공물 등을 포함한 정밀조사와 분석이다. 먼저 지형과 기후다. 경사와 굴곡은 어느 정도인지, 방향은 어떤지, 기존 지형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수정할 것인지를 자세히 분석해야 한다. 특히 많은 식물들이 하루 생장량의 80% 가까이가 아침 일출전후에 이뤄진다는 걸 감안하면 정원의 방향은 동남향이 이상적이라는 점도 감안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햇볕의 정도는 파고라 등 인공물의 배치에 따라 그늘이 생기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둘째는 자연식생으로 이미 식재되어 있는 목본류와 초본류들을 살펴보고 그대로 둘 건지 옮길 건지 통째로 바꿀 건지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 정읍 꽃담생태정원의 경우도 원래 있던 기존 배롱나무들은 캐서 별도의 배롱나무 길을 만들고 입구의 고욤나무나 원내의 대형 감나무들은 수형이 좋아 그대로 두고 최대한 감나무가 멋지게 되도록 이동식 게스트하우스(Air BnB, 꽃담원)를 배치하였고 원형 잔디밭도 기존 감나무와 어울리도록 거의 곁에 붙여 조성하는 등 기존의 나무를 중심으로 시설물을 배치하여 4계절 멋진 광경을 연출했다. 그리고 토양과 배수로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토양의 이화학적 특성(국립농업과학원 흙토람 프로그램 참조)을 분석하여 필요하면 물 빠짐도 좋게 하고 부드러운 흙이나 퇴비도 보충해줘야 한다. 특히 전체 곳곳의 레벨을 체크하여 여름장마시 물이 자연스럽게 빠지도록 해야 하며 필요시 별도의 배수로를 만들기도 해야 한다.

꽃담원의 봄, 이른 봄부터 늦 봄까지 피는 야생화들이 각각의 생태환경에 적합한 공간에 식재돼 있다.

<필자 약력>

- (사)정원문화포럼 회장(2014~)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2014~)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개원 운영(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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