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에 대한 전망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자문회사 가트너는 가상화폐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기대 거품'을 지나 '환멸'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사진=가트너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지난달 30일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던 가상화폐 시장이 지난 주말 횡보 추세로 돌입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1월8일 이후 한 달째 지속되고 있는 하락세에 업계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오후 2시 18분 현재 개당 905만5000원으로 전일 대비 8.34% 하락했다. 이더리움도 93만원으로 전일 대비 9.37% 하락했으며 여타 알트코인들도 8~12% 가량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심리적 저지선이라고 불렸던 비트코인 1000만원, 이더리움 100만원의 선이 붕괴된 지도 오래다. 폭락이 시작된 지난 2월1일~2일, 비트코인은 약 820만원, 이더리움은 약 83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이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채굴생산성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720만원이 마지막 보루라며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다시 1000만원대를 회복하며 가상화폐가 전반적으로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반등의 전환점으로 보는 긍정적인 의견은 많지 않다. 지난 한 달간 가상화폐 시장은 계속된 하락세 속에서도 잠깐씩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후 다시 긴 내리막으로 접어들었기 때문. 비트코인도 지난 1월 초 빗썸 기준 2600만원에 다다르며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지만, 하락세가 계속된 끝에 현재는 결국 65%나 폭락한 9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암울한 전망을 반영하듯 미국 주요은행들은 신용카드를 통한 가상화폐 구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포츈 등 외신들은 지난 3일(현지시간) 씨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에 신용카드 결제를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신용카드 거래를 허용할 경우 대규모의 대금 미납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

가상화폐 시장에 낀 거품이 빠지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일부 업계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하이프 사이클’의 환멸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자문회사 ‘가트너’에서 개발한 하이프 사이클은 신기술에 대한 시장 기대의 변화를 단계 별로 설명한 것으로, 기술 촉발→기대 거품→환멸→깨우침→생산성 안정의 5단계로 이뤄져있다.

기대 거품은 신기술의 대중성이 일부 성공사례를 낳으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증폭되는 단계를 뜻한다. 반면, 환멸의 경우 신기술이 결과물을 내놓는데 실패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떨어지고 사업 주체들도 퇴장하는 시기를 의미한다.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통한 개별퇴직연금계좌를 운영하는 ‘비트코인IRA’는 지난해 11월, 가상화폐가 이미 환멸 단계를 지나 수익모델 사례가 늘어나고 시장의 기술이해도도 상승하는 깨우침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사이클을 개발한 가트너의 판단은 다르다. 가트너는 매년 보고서를 통해 각 분야의 신기술이 하이프 사이클의 어느 단계에 위치해있는지 발표하고 있다. 2016년 보고서의 경우 가상화폐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은 이제 막 기술 촉발 단계를 지나 기대 거품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2017년 8월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기대 거품에서 환멸 단계로 넘어가는 경계선 상에 위치해있었다. 가트너의 분석이 맞다면, 2018년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가상화폐 시장의 전망 또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가상화폐가 환멸 단계의 막바지에 들어섰으며, 곧 건강한 수익모델이 출현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반 연구플랫폼 ‘트라이브’의 데이비드 몬드러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를 통해 “12개월 후 우리는 가격이 폭락했던 것을 기억도 못할 것”이라며 반등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하지만 거품이 얼마나 더 빠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주요 금융기관들도 가상화폐 투자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하락세를 고려하면 가트너의 전망에 한층 무게가 실린다. 가상화폐 시장의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더욱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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