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한 데다 전체의 63%가 산과 계곡으로 이뤄져 4600종 정도의 다양한 식물들이 분포한다. 그래서 4월에 전국 어딜 가나 노란개나리를 볼 수 있고 5월엔 철쭉꽃, 여름엔 진한 녹음이 우거지며 가을의 노랗고 붉은 단풍철을 지나 겨울에 상록과 흰 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연중 아름다운 공간에 살고 있다. 지구상에 이런 다양한 식생을 가진 나라는 그리 흔치 않다. 꽃과 잎이 아름다운 야생화 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우리 생활주변에서 어떻게 가꿔야 하는지에 대해 전하고자 한다.

맥문동과 함께 자라는 복수초.

가장 이른 봄에 피는 꽃

우리 산야에 자생하는 것 중 이른 봄 가장 먼저 피는 것을 들라 하면 단연 ‘복수초’다. 추위에 강해 겨울의 한복판인 2월에도 설악산에서 눈과 얼음을 뚫고 나올 정도이다. 반면에 여름 고온에는 무척 약해 햇볕이 많이 드는 곳에서는 6월 하순부터 지상부가 거의 말라죽는다. 복수초 꽃은 전형적인 향광성으로 해를 보는 방향으로 핀다. 속명의 아도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소년의 이름인데 그의 피에 의해 꽃색이 물들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복수초의 꽃말은 동서양이 서로 다른데, 동양에서는 ‘영원한 행복’, 서양에서는 ‘슬픈 추억’이다.

산의 밝은 숲이나 초원지대에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5cm 정도 되는 노란 꽃은 2∼4월에 걸쳐 피며 자생화 중 비교적 꽃이 크고 잎도 보기 좋아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 인기가 많으며, 한자로 ‘복 복(福)’, ‘수명 수(壽)’자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어르신들 새해 선물용으로도 사랑을 받고 있다.

눈속에 핀 복수초, 노란 꽃잎의 발열효과로 눈이 녹으면서 꽃을 피운다.

정신쇠약 치료에도 쓰여

복수초는 추위에는 매우 강해 전국 어디서든 밖에서 겨울을 나지만 여름 더위에는 맥을 못춘다. 따라서 여름에 시원한 그늘이 있는 정원에 모아심기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작은 화분에 키워 분화나 분경을 만들 수 있다.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꽃이 필 때 채취하여 약용으로도 쓰는데 아도닌(Adonin)이라는 강심성 배당체를 함유하고 있어 강심, 이뇨, 정신쇠약증, 물집치료 등에 사용된다.

5월에 잘 여문 씨앗(너무 성숙하여 종피가 딱딱해지기 전의 말랑말랑한 상태)을 따 바로 뿌리면 약 20일 지나 싹이 나온다. 이후 매년 영양생장을 거쳐 5∼6년 정도 지나면 꽃이 핀다. 광발아성 씨앗이므로 복토를 얕게 하거나 가볍게 눌러주는 정도로 관리한다. 묘을 길러 포트에 옮길 때는 뿌리가 다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복수초는 직근성이라 이식을 아주 싫어한다. 포기나누기는 3년마다 가을에 분갈이 할 때 한 번씩 하는데 1포기에 눈 5∼6개 정도씩 붙여 나눠주며, 너무 세분하면 나중에 꽃이 잘 피지 않는다.

낙엽수 아래에서 복수초가 군락으로 자라는 모습.

어디에 심고 어떻게 가꿀까

자생지 환경을 보면 대부분 낙엽활엽수 아래다. 그러니 봄철 성장기에는 햇볕이 잘 들어야 하지만 성숙기에는 나뭇잎이 우거져 그늘이 생기고 땅속에 습기가 유지되는 곳에서 잘 산다. 기온이 25℃이상 올라가는 6월경부터는 복수초 잎들은 대부분 휴면에 들어가므로 지온이 너무 오르지 않도록 풀로 덮어 주는 게 좋다. 흙은 보수력이 있고 배수가 잘되며 부식질이 많은 모래질흙이 적합하다.

뿌리가 10㎝ 정도로 긴 수염뿌리이므로 화분에 심을 때는 화분이 크고 깊어야 하며 이듬해 양질의 꽃을 피울 수 있다. 꽃이 필 때는 볕이 잘 들어야 꽃 크기도 커지고 생육도 좋아지지만, 꽃이 지면 곧 바로 반그늘로 옮겨 가꾸는 것이 생육에 유리하다. 6월경에 잎이나 줄기가 녹아 없어지므로 깻묵 같은 유기질비료를 집중적으로 준다. 또한 작은 분에 있는 꽃봉오리는 꽃을 피우기 어려우므로 볕을 충분히 쪼이고 습도가 유지되는 곳에서 손끝으로 싹 비늘을 살짝 벗겨주면 곧 꽃이 피게 된다.

 

<필자 약력>

- (사)정원문화포럼 회장(2014~)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2014~)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개원 운영(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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