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글로벌 인스터튜터에서 분석한 12개의 파괴적 혁신기술이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살펴보면, 석유와 가스 채굴기술 혁신의 효과는 50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 300조원의 1.7배에 가깝다. 새로운 석유 채굴기술의 혁신은 한국에도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85%의 원유를 중동에서 도입하였다. 그런데, 2017년 중동산 원유의 비율은 81%로 줄었고 미국과 멕시코 등에서 도입한 석유는 4%로 증가하였다. 셰일오일로 인하여 서부 텍사스산 원유가격이 동반하여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석유자원의 고갈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하였을 때 인간의 창의력과 기술혁신에 대한 노력은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란 새로운 자원을 만들어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을 저지하기 위한 중동국가들의 인위적인 석유가격의 하락은 그들의 경기침체를 가져왔고 베네수엘라와 같은 산유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 수준으로 하락시켰다. 한국에서도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발주 받았던 석유시추선 중 8대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인도가 지연되는 영향을 받았다. 이로 인하여 한국의 조선업이 휘청거리고 거제도 주민들의 실업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지구상에는 인도네시아의 워노졸로처럼 지상에서 물을 퍼내듯 수작업으로 석유를 채굴하는 경우도 있다. 지표면으로 천연가스가 조금씩 분출되고 있어 주민들이 이 가스를 요리에 이용하는 곳도 있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활발한 화산활동으로 지열이나 화산가스를 열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석유나 가스는 어려운 채굴과정을 거친다. 석유를 생산하는 해양플랜트의 판매가격은 8,000억원에 가깝다. 필자가 예전에 검토했던 해양플랜트에 관한 국제계약서는 첨부문서를 합치면 두께만 10센티미터를 넘었다.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지만 최근 중고시추선들에 대한 매입이 활기를 띄면서 석유가격은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에너지자원 채굴과 관련된 혁신의 노력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셰일오일과 셰일가스

셰일오일(Shale oil)은 모래와 진흙이 퇴적된 혈암이란 암석에서 채취한다. 혈암은 케로신을 함유한 유기물이 풍부한 암석으로 알려져 있다. 셰일오일은 매장량은 인류가 400년을 사용할 정도로 생각보다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1991년 걸프전쟁, 그리고 2003년 이라크전쟁을 전개했다. 미국은 전쟁의 명분으로 미국인의 보편적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응징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지역의 작전은 미국의 에너지 안보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미국의 혁신가들은 2007년경 프래킹이란 혁신적인 석유채굴 기술을 개발하였다. 프래킹 기법은 모래나 세라믹, 물, 화학용품의 혼합물을 아주 강한 기압으로 분사하여 석유를 추출하는 방법이다. 미국인들이 최적의 혼합비율을 찾는 데는 25년 이상의 아주 긴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혁신의 배경에는 미국의 연방에너지관리위원회의 오랜 연구와 민간 기업들의 산학협력, 환경문제와 산업발전의 갈등을 조정하는 미국 정부의 의회의 노력, 죠지 미첼 등 벤처기업가들의 끈질기고 오랜 노력이 있었다. 또한 산디아 지진연구소 등의 기초과학 연구는 셰일 가스의 매장 위치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트래킹 기법의 개발과 정확한 매장위치의 분석으로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은 2007년 이후 5년간 50%나 가파르게 성장했다. 혁신의 영향으로 미국에서는 2008년경부터 전통적인 굴착기보다 셰일오일 굴착기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2016년에 이르러서는 미국산 석유를 수출하는 유조선이 싱가폴로 떠났고, 엑슨 모빌의 보고서는 2025년이 되면 미국은 중동 산유국과 같은 순에너지 수출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초기의 프래킹 추출법이 20% 정도의 효율을 가졌다면 향후 개발될 슈퍼프래킹 추출기술의 효율은 80%에 달하게 될 것이고, 미국의 채굴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세일오일 혁명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셰일오일의 개발이 미국의 에너지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셰일가스로 1kw의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이 60원 정도로 상당히 저렴하지만,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전력생산을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환경문제는 향후에도 셰일오일의 개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프래킹 기법으로 유정 1곳에서 석유를 채굴을 하기위해 급수차 200대 분량의 물이 필요하다. 개발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로 심각한 지하수 오렴이 야기되어 지하수를 마신 동물들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지하수에 지나치게 많은 셰일가스가 함유되어 유정인근의 수도관 호스에서 나오는 물에 불이 붙기도 하였다. 채굴회사가 셰일가스가 포함된 지충을 균열시켜서 가스를 채취하기 때문에 소규모 지진이 발생하기도 하고, 싱크홀이나 지반침하의 우려가 증가되기도 한다. 채굴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로 주변의 공기가 오염될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산업증진정책은 셰일가스의 개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불타는 얼음 하이드레이트

하이드레이트는 일명 ‘불타는 얼음’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바다에는 수많은 플랑크톤이 있는데, 이들이 죽으면 바다 아래쪽에 가라앉는다. 그런데 해저 500미터 이하 있는 박테리아는 플랑크톤의 시체에서 지속적으로 메탄을 생산한다. 만약 메탄발생 속도가 빠르면 높은 수압과 낮은 온도로 메탄이 얼어 하이드레이트가 된다. 1000미터에 가까운 심해의 고압에서는 물이 완전히 얼지 못하고 물과 얼음의 중간상태가 되는데, 이때 천연가스가 그 사이를 메운다. 하이드레이트는 1890년경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졌고, 1964년에 시베리아에서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하이드레이트의 매장량은 전세계의 석유, 석탄과 천연가스 매장량을 합친 것의 2배나 되는 많은 양으로 알려져 있다.

하이드레이트가 실생활에 이용될 때에는 석유보다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러나, 하이드레이트도 셰일가스처럼 개발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한다. 하이드레이트에서 가스를 분리할 때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온난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또한 채굴시 가스가 분리되면 그 용적이 164배로 증가하여 해저지반을 붕괴시키고 해저사면사태를 야기한다. 실제로 해저에서 가스가 폭발하여 동해에서 활동 중인 시추선인 두성호가 침물할 뻔한 사건도 발생했다. 버뮤다지역의 선박이나 항공기가 사라지는 원인으로도 하이드레이트가 지적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7년경 하이드레이트의 존재가 동해에서 처음으로 확인하였다. 한국해양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심해 2,000미터 지역에 하이드레이트 매장 추정지역이 존재한다고 한다. 동해의 매장량은 6억톤으로 한국이 수십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한국은 남극에 세종과학기지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남극에도 하이드레이트가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영구동토층에서의 하이드레이트 생산은 해저보다 훨씬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1998년 관련 연구를 촉진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하이드레이트 생산비용은 셰일가스 생산비용의 17배나 되어 개발이 활발하지 못하다.

일본은 2010년 해저 12,000미터까지 시추할 수 있는 시추선을 만들었고, 2013년경 감압법이란 새로운 시추방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하이드레이트 매장지 아래의 자유공기층까지 시추공을 뚫은 후 공기를 넣어 압력을 낮추고 메탄가스와 물 또는 얼음을 분리하는 방법이다. 뜨거운 물이나 증기를 주입하여 하이드레이트 매장지의 온도를 높이는 열수주입법도 개발되었다고 한다. 시베리아에서는 하이드레이트의 생성이 억제되는 메탄올이나 글리콜을 퇴적층에 주입하는 채굴법도 개발되었다. 회수관의 중간에 가스를 넣어 상승기류로 채취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최근 연구되고 있는 또 다른 혁신적인 방법은 매장비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여 메탄과 치환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활용할 경우 지반침하를 줄일 수 있고,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도 해저에 가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작년 5월 일본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하이드레이트를 채굴하였음을 발표했다.하지만 아직은 개발비용이 천연가스 수입비용의 2배가 넘어 상용화의 길은 멀다. 하지만, 혁신가들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채굴방법을 연구하고 있고, 머지않아 채굴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농장과 실험실에서 제조하는 석유

과거에 석유는 사막이나 바다 등에서 채굴하는 것으로 이해되었으나 최근 석유는 밭에서 재배되고, 실험실에서 양산되기도 한다. 인도네이사와 말레이시아는 세계 최대의 팜오일 생산국이다.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폴 사이를 자주 운전해서 이동한 필자는 팜농장이 수십 분간 계속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팜열매는 식용유로 이용되는 것에서 벗어나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의 혁신가들은 해조류도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활용한다. 현재 브라질에서는 대부분의 주유소들이 사탕수수 등으로 생산한 바이오연료를 판매한다. 1976년부터 정부가 자동차회사들에게 바이오연료의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바이오연료로 열대림이 사라진다는 논란은 있지만 바이오연료는 비산유국에서는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발전하는 융복합기술은 인조고기와 포도주를 실험실에서 제조할 정도가 되었다. 최신의 바이오부탄올 제조 기술은 버려지는 목재를 세균이나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연료로 변환시킨다. 폐목재를 당으로 전환시키고, 균주의 발효공정을 거친 후 분리 및 정제공정을 거치면 연료가 생산된다.

팜오일을 생산하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야자나무를 짤게 쪼개고 쪄서 이미 플라스틱과 유사한 식기를 제조한다. 폐목재에서 부탄올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폐목재에 변형된 대장균을 넣어서 연료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을 만든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셰일가스와 하이드레이트, 바이오연료에 적용되어 온 혁신과 기업가 정신은 이미 전세계의 에너지 안보지형을 바꾸고 있다. 한국이 최고수준인 반도체와 LCD, 태양광 모듈 산업의 경우 대규모의 투자와 장기간의 연구가 있었다. 25년간 지속된 셰일오일 개발에 대한 도전은 무모하게 보이고 위험부담이 큰 프로젝트도 정책적 지원으로 도전할 가치가 있음을 알려준다. 한국에서는 석유와 천연가스, 셰일가스와 하이드레이트가 대량으로 채굴되지 않지만,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다면 에너지 자원의 개발도 얼마든지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한국 청년들의 상상력과 창의력, 혁신을 위한 기업가정신은 경제적인 파급력이 큰 에너지자원 개발에도 적절히 활용될 필요가 있다.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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