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테더 관련 조사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에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가상화폐 시장의 계속된 하락세에 악재가 추가됐다. 블룸버그통신의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달 홍콩의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Bitfinex)와 가상화폐 '테더‘의 발행업체인 테더 홀딩스에 소환장을 보냈다. 비트파이넥스의 최고경영자 얀 루도비커스 반 더 벨데는 테더 홀딩스의 최고경영자도 겸임하고 있어, 양사는 사실상 하나의 기업처럼 인식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가상화폐 시장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는 ‘테더’가 가상화폐 거래에서 지니는 의미 때문이다. 테더는 다른 가상화폐와는 달리 실제 통화와 연동되어 항상 고정된 값을 지니도록 설정돼 있다. 예를 들어 1USDT의 경우 1달러, 1EURT의 경우 1유로와 연동되어 보유자에게 시세변동에도 불구하고 항상 고정된 가치를 보장해준다.

테더는 고정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현재까지 발행된 테더의 총 수량과 같은 금액의 실제 달러를 기금에 유치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1USDT를 발행할 때마다 1달러를 테더 홀딩스의 계좌에 입금하는 식이다. 이처럼 실제 통화로의 환금가능성이 발행업체에 의해 항상 보장되기 때문에, 테더는 제한된 가치변동만을 보일 뿐 항상 1달러 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말하면 발행사가 USDT 공급량만큼의 달러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 일종의 ‘위조지폐’를 발행했다는 의미가 된다. 발행사가 보유자 전체의 환금 요구를 감당할 수 없다면, 달러와 연동된 USDT의 가치도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테더의 가치를 보증하기 위해서는 발행사가 정기적으로 제3자에게 회계감사를 받고 잔고를 증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문제는 테더가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잔고 증명 요구에 대해 투명하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 미국 상업은행 웰스파고의 경우 테더 홀딩스와 손을 잡고 USDT의 달러화를 지원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4월 계약을 해지했다. 이전까지는 테더의 감사보고서가 정기적으로 공개돼왔으나, 이 사건 이후로는 정식 보고서가 발표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7일(현지시간) 테더가 회계감사기업 프리드먼과의 관계를 종료한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투자자들의 의혹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전에도 테더의 지급 능력에 대한 의혹은 제기돼왔다. 일각에서는 비트파이넥스와 테더 홀딩스가 비트코인 시세를 상승시키기 위해 지급 능력도 없이 테더를 무한정 공급해 인플레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제기돼왔던 이러한 의혹들은 가상화폐 시세의 급격한 상승세 속에 일종의 음모론으로 치부돼왔다. 하지만 CFTC가 비트파이넥스와 테더홀딩스에 소환장을 발부하면서, 그동안 투자자들이 테더에 품었던 의문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테더는 비트파이넥스뿐만 아니라 달러화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비트렉스, 바이낸스, 폴로닉스 등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CFCT의 조사 결과는 전 세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CFTC의 조사 결과 테더 홀딩스가 지급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현재 시가총액이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 가량 공급된 USDT의 가격 폭락은 피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에 일종의 가치보증 수단으로서 사용되어온 테더의 가치가 일거에 폭락할 경우 가상화폐 시장 전체가 패닉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