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세이프가드 발동 결정이 미국 내 고용감축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그린테크미디어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오히려 미국 내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며 수입산 세탁기 및 태양광 부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을 결정했다. 하지만 다수 미국 언론들은 “세이프가드로 인해 실업자가 양산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태양광 산업은 미국경제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워싱턴포스트(WP)의 29일 기사에 따르면 2016년 11월 기준 미국 내 태양광 산업 일자리는 총 26만77개로 전년대비 24.5%, 2010년 대비 178%나 상승했다. 미국 산업의 보호와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정책목표로 선전해온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세이프가드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통해서라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세이프가드는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미국 태양광 산업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솔라파운데이션’에 따르면 2016년까지 태양광 산업의 일자리 창출을 이끈 것은 부품생산업체가 아닌 태양광설비 설치 업체의 성장이었다. 저렴하고 품질 좋은 수입산 태양광 부품을 통해 풍력·천연가스 등 타 대체에너지 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설치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고용을 늘려왔다는 것. 하지만 이번 세이프가드 결정으로 인해 태양광 설치·보수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이들이 늘려왔던 일자리도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했다.

이번 세이프가드의 수혜를 받을 미국 내 태양광 부품생산업체는 이미 전멸에 가까운 상황이다. WP는 미국 내 30여개에 달하던 태양광 셀 생산업체들이 대부분 2012년 이후 폐업했으며 현재 남아있는 두 곳도 파산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태양광설치업체 선파워의 톰 H. 워너 회장은 WP와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은 가격효율성과 장기적인 가격안정성 때문에 태양력을 선택했다”며 “관세는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내 제조 및 공급업체에게는 부담을 주고, 고객에게는 가격을 인상시키며 수많은 일자리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양에너지산업협회(SEIA) 또한 세이프가드가 발동된 22일 성명을 통해 태양광산업에서 향후 약 2만3000여개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러한 여파가 저소득층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국회전문매체 ‘더힐’은 28일 “세이프가드로 인한 고용감축 피해가 주로 저소득층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태양광 설치는 별다른 기술이나 경력이 필요 없어 대학졸업장이 없는 저소득층 근로자도 쉽게 취업이 가능하다. 세이프가드로 인해 태양광 설치 업체들이 고용감축에 들어간다면 이 분야에서 일해 온 저소득층 근로자들이 단기간에 실업자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난 십년간 저렴한 수입 부품의 덕으로 태양광 발전 생산단가가 꾸준히 낮춰지면서 혜택을 입었던 저소득층 가정도 인상된 전기세 부담을 떠안게 됐다. ‘더힐’에 따르면 여러 주정부가 생산단가가 낮은 태양광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으며, 일리노이와 워싱턴DC 등 일부 지역에서는 ‘솔라포올’(Solar for All)이라는 이름으로 저소득가구에 저렴한 가격의 전기를 공급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세이프가드로 인해 태양광 발전의 단가가 올라가면 주정부가 저소득층 대상 에너지정책을 유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세이프가드 결정이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국내 정치적 지지를 획득하려는 전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텍사스대학교 에너지연구소의 죠슈아 로즈 연구원은 지난 23일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태양광 산업이 장기적인 고용효과는 없지만 단기적으로는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트럼프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태양광산업) 고용시장의 혜택을 보고 싶다면, 브레이크보다는 액셀을 밟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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