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체류청년 180만명에게 체류권한을 주는 대신 멕시코장벽 예산 등을 요구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사진은 지난해 뉴욕에서 시위대가 다카(DACA) 폐지에 항의하는 모습.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이민정책 문제로 민주당과 갈등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0만명의 ‘드리머’에게 시민권 획득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의 통 큰 타협안을 내놨다. 하지만 멕시코 장벽 및 이민제한 강화 등 여타 부문에서 여전히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양 당 합의는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NBC, 데일리비스트 등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체류청년 180만명에게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궁극적으로 미국 시민권 획득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80만명 내에는 ‘드리머’로 불리는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제도(다카, DACA) 등록자 69만명을 비롯해, 다카 신청 대상이지만 아직 등록하지 않은 다수의 불법체류청년이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80만명을 구제하는 통 큰 제안의 반대급부로 민주당에게 250억 달러 상당의 미국·멕시코 간 장벽 건설 예산을 승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다양성 비자추첨제(diversity visa lottery)를 비롯해 가족 보증을 통한 연쇄이민 등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안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멕시코 장벽의 경우, 공화당 내부에서도 250억 달러나 되는 예산을 투자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의원들이 상당수 되는데다 가족 보증을 통한 연쇄이민의 금지 문제도 합의가 쉽지 않다. 민주당은 가족의 재결합을 이민제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주장해왔기 때문. 가족초청이민비자의 일종인 F3, F4 비자의 경우 계속 수요가 증가하는데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완전 폐지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해당 국가 출신 미국 내 이민자가 5만 명 이하일 경우 무작위 추첨으로 이민비자를 부여하는 다양성 비자추첨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 제도는 민주당 상원 대표인 척 슈머 상원의원이 지난 1990년 하원의원으로 재직 시절 발의한 것으로, 아프리카 등의 지역에서 미국으로 이민하기 위한 주요한 통로로 활용돼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작위 추첨 방식인 현 제도를 비자신청자들의 학력, 직업경력, 영어능력 등을 점수화해 순위에 따라 발급하는 ‘메리트 베이스 비자’ 방식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다양성’을 강조하는 현 제도의 특성을 계속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게다가 180만명의 불법체류청년을 구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타협안도 공화당 내부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밥 굳래트 하원법사위원장은 현재 다카 등록자 69만명 중 엄격한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시민권과 연관없는 법적 체류권한만을 부여하는 ‘미국의 미래안전보장법안’을 제출했으며, 다수의 공화당 하원의원들도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하원에서 반대에 부딪힐 것이 뻔한 타협안을 논의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딕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과 린제이 그래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제출한 이민정책 관련 양당 합의안을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자신만만하게 양당 합의안을 거부한 것 치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 타협안에 대한 반응은 좋지 못하다. 다카폐지 찬반 양측에서 비난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