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세이프가드 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에게 “이번 조치가 미국의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세탁기 산업은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큰 산업이다. 이번 조치가 삼성과 LG가 미국에 세탁기 제조공장을 짓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강력한 유인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조치가 “공정무역의 원칙을 지키고 미국이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무역전쟁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은 없을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주가만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세탁기를 매년 120만대 넘게 수입하는 최다 국가다. 이번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미국 정부는 수입 세탁기에 첫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매년 5%씩 관세를 줄인다. 태양광 제품은 2.5GW를 초과하면 1년 차에 30%,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 15%의 관세를 적용한다.

이번 조치로 국내 세탁기 제조업체는 관세 폭탄을 맞게 됐다. 세이프가드 발동 전 관세는 1%에 불과했다. 현재 삼성·LG전자의 세탁기 미국 수출량은 300만여 대로 점유율은 19%, 15%에 달하며 판매량은 160만대, 140만대 정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 2억300만달러 규모를 수입했다. 이에 상응해 세이프가드 관세가 적용되면 피해액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세이프가드 발동이 한국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고 말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세이프가드는 수입이 급증해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해야 발동할 수 있는데 이번 조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세계무역협회(WTO)에 제소할 뜻임을 밝혔다.

WTO에 제소할 경우 승소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철강 세이프가드(2002년)와 세탁기 반덤핑·상계관세 부과(2013년), 유정용 강관 반덤핑 관세 부과(2014년) 등에 맞서 WTO에 제소해 승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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