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서울시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강남 부동산 시세가 치솟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급문제가 핵심이라며 수요억제에 치우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은 이미 충분하다며 투기수요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코리아>는 어느 쪽 주장이 타당한지 전문가 의견을 다각적으로 살펴봤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한 올해 강남 4구(강남·송파·서초·강동구) 15개 단지의 조합원 1인당 평균 재건축부담금은 약 4억3900만원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했다. 이중 가장 높은 부담금을 기록한 한 단지는 1인당 8억4000만원으로 왠만한 30평 아파트 한 채의 매매가에 육박한다.

최근 재건축 연한을 준공 후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하겠다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발언에 이어, 이번 재건축 부담금에 대한 국토부 발표는 강남 재건축단지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통해 부동산 투기수요를 반드시 잡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강남 집값 상승의 주원인이 재건축에 대한 기대 등으로 인한 과도한 투기수요라고 파악하고, 취임 이후부터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지난 8월 2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 또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 신DTI·DSR 도입,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공급확대보다는 투기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춰왔다.

 

◇ 강남 집값은 공급부족 탓

하지만 정부의 ‘수요억제책’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부동산 업계 및 관련 매체들은 강남 집값 상승의 주범은 지나친 공급부족에 있다며, 정부가 수요억제에 집착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강남4구 아파트 매매시장의 공급부족 현상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8년 강남 4구에서 재건축으로 인해 이주하는 가구 수는 총 3만3090가구인 반면 신규 입주 가구는 멸실 규모의 47% 수준인 1만5542가구다. 송파의 경우 유일하게 입주 규모가 멸실 규모보다 커 약 7691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머지 3개 구는 모두 공급부족에 시달리게 됐다.

이처럼 공급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강남 집값 상승을 투기열풍으로 규정한 것은 본질을 빗나갔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다주택자 규제와 재건축 매매거래 제한 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 자금이 오히려 강남 재건축단지로 집중된 데다, 재건축 아파트 35층 제한과 용적률 제한으로 인해 공급 물량 자체도 줄어들었다는 것.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강남에 몰린 주택 수요는 투기수요가 아닌 실수요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22일 비즈한국 기고문에서 “서울이라는 입지에 걸맞은 좋은 상품을 희망하는 수요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서울에는 질적으로 만족스러운 아파트가 없어서 20년 전 1기 신도시로 떠났던 수요층들도 다시 복귀하고 있다”며 “현재 서울 아파트시장은 실수요가 증가하는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입지조건과 질적 수준이 높은 부동산 매물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투기수요에 집착한 대책은 강남 집값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

또한 강남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수요억제책이 지속될 경우, 높은 부동산 수요가 서울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규정/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지난 20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표출되면 오히려 신축 아파트나 재건축 추진 단지 쪽으로 수요가 더 쏠려서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투기수요 관리가 핵심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투기수요를 잡지 못하면 부동산 시장 안정도 불가능하다는 정부 입장에 동의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신DTI, DSR 등을 도입하며 수요억제책을 추진한지 아직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다며, 강남 집값 상승의 원인을 정부 대책에서 찾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감정원은 지난해 7월 발표한 ‘2017년 상반기 부동산시장 동향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이어지고 있는 강남 4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재건축 사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이에 따라 투자수요가 몰리는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강남 집값 상승은 실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량보다는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가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 또한 “과거 10년 대비 공급 규모 자체도 높은 수준이며 인근에 하남·위례·미사지구, 한강신도시 등 수요를 분산해줄 수 있는 대체지들도 있다”며 “실수요만 따지면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남 재건축에 따른 멸실 규모 증대도 2018년에 국한된 현상일 수 있다. 재건축이 만료되기 시작하는 2019년부터 분양 물량이 풀리면서 현재 재건축 투자열풍으로 치솟은 집값이 점차 안정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앙일보의 지난해 11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대상 지역 중 약 5만5000가구 가량이 시공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주택 수를 제하고서도 약 1만5000가구에 해당하는 물량이 추가되는 셈이다. 당장 분양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할 2019년부터 입주가 시작될 2021년 즈음에는 현재 업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공급부족 현상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수요억제책이 실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지난 17일 경향비즈에 기고한 논평에서 “현재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강남 재건축시장에 대한 부동산대책의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아직 실행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효과가 작동하는지는 최소 올해 상반기는 지난 다음에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 소장은 이어 박근혜 전 정부 시절인 2014년 재건축 규제 완화려 공급이 늘었지만 오히려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했다면서 “강남 지역에서 공급을 늘린다면서 각종 규제를 풀어 강남 재건축의 사업성을 높여준 결과 투기적 가수요가 들끓었다”는 것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현재 업계에서 강남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공급부족’ 현상 또한 투기적 가수요가 치솟으면서 나타난 일시적 문제라는 것.

 

이처럼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요와 공급 중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으나, 정부는 새해에도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연 부총리는 최근 “강남권 과열 현상은 투기적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게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역 주택 공급물량은 충분하며 투기 수요를 잡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뜻. 정부는 오히려 종부세·보유세 등 더욱 강력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제 막 시행되기 시작한 정부의 부동산 수요 억제책이 과연 예상대로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