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도진 IBK기업은행장.뉴시스>

[이코리아] IBK기업은행이 지난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개설해 주고 얻은 수수료 수입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비은행 부문의 실적’은 10%대에 그쳐 김도진 행장의 약속이 구두선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으로부터 제출 받은 가상통화 취급업자에 대한 은행 수수료 수익 현황을 보면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6개 은행의 지난해 가상통화 거래소 관련 수수료 수입이 22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이중 기업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 가상계좌를 개설해 주고 수수료로 건당 300원씩 총 6억7500만원의 수입을 얻었다. 기업은행이 6개 시중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수수료 수입을 챙긴 것.

박용진 의원은 “그동안 은행들은 가상통화 거래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챙기면서도 고객 보호차원에서는 나 몰라라 한 측면이 있다. 특히 공적인 역할을 하는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등이 수수료 수익에만 치중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도진 행장은 지난해 취임 일성에서 “비은행부문 자회사들의 비중을 전체의 20% 이상 차지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후 비은행 자회사들의 실적은 10%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이 2016년 동기 대비(9495억원) 31.7% 증가한 1조2506억원을 기록했다. 은행 개별 순익만보면 1조970억원으로 전체의 87.7%를 차지한다. 반면 자회사의 이익은 13%대에 불과했다.

8개 자회사별 순익을 보면 IBK캐피탈 628억원, IBK연금보험 349억원, IBK투자증권 288억원, IBK저축은행 142억원, 기업은행 중국 유한공사 137억원, IBK자산운용 45억원, IBK신용정보 16억원, IBK시스템 11억원으로 총 1616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1505억원) 대비 7.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다른 시중은행들이 비은행 부문에서 이익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김도진 행장의 리더십 부재는 노노 갈등에서도 드러난다.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 1일 열린 시무식에서 창구텔러와 사무지원, 전화상담 등 업무를 수행하는 3천300명의 무기계약직 직원을 올해 상반기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준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노사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정규직 직원들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새로운 직급 신설 없이 비정규직을 일괄적으로 5급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경영진이 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불화를 빚고 있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김도진 행장의 딜레마다. 김 행장은 TK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됐다. 김 행장의 낙하산 논란에 대해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노조)는 2016년 12월 김도진 당시 부행장의 행장 내정 직전 성명서를 내고 “(지난해) 11월 14일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주관한 저녁식사에 김도진 부행장,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가 기업은행 행장으로 김 부행장과 관료 1명을 추천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관치 인사를 비판한 바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김행장이 부정적인 여론을 해소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국책은행이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를 시중은행보다 많이 챙기고 고객 보호는 외면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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