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대북경제제재의 틈새를 넓히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사진은 CNN이 16일 보도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북한노동자 숙소 모습. <사진=CNN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비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문제와 관련해 러시아가 우리를 돕지 않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북한이 경제제재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 사상 가장 강력한 수준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에 대해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세컨더리 보이콧’을 불사하겠다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중국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어느 정도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이 지난해 11월 북·중 간 무역통계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11월 대북 석유제품 수출은 전면 중단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의 최대 수출품목인 철광석, 석탄, 납 등에 대한 수입도 전면 중단됐다.

중국이 대북제제에 동참함에 따라 미국의 대북 제재가 먹히는 듯 보였으나, 중국이 빠진 틈을 러시아가 메우면서 구상이 틀어졌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10월~11월간 북한에 비밀리에 석유제품을 공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러시아는 해상에서 선박 간에 석유제품을 환적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밀수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10월 15일 약 1600톤의 석유를 싣고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슬라비얀카항을 떠난 ‘비티아즈’라는 러시아 선박이 북한 선박과 공해 상에서 만나 석유제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러시아 내에는 여전히 다수의 북한 노동자가 고용돼 임금을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이 지난 1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현재 약 5만명의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에 체류 중이며, 이들이 지급받는 임금의 약 80%가 북한으로 송금되고 있다. 유엔은 전세계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북한 송금액이 연간 약 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제재에 허덕이는 북한 경제에 있어서 매우 긴요한 수입원이다.

러시아는 이전부터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대북제제로 북한 정권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제제가) 전세계적인 재앙과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 외무부 또한 지난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의에서 대북제재 강화안이 논의된 것에 대해 “한반도 주변 상황 정상화에 기여하지 못하며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네기 재단 모스크바 센터의 아시아 전문가 알렉산더 가브에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하는 이유는 북한에 친서방 정권이 수립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정권의 통제되지 않은 붕괴는 난민 유입과 전쟁, 미국과 동맹을 맺은 통일 한국의 수립을 의미한다”며 “미군과 러시아가 국경을 맞대는 것은 러시아가 절대로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이처럼 공공연하게 대북제재에 반발하면서 북한의 필요를 채워주는 한, 미국의 북한 봉쇄 전략은 실질적인 효과를 얻기 어렵다. 중국에게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언급하며 위협적으로 제재 동참을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을 사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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