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을 방문해 식당에서 선수들과 오찬에 앞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평창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경색된 남북관계가 해빙기를 맞으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남북대화와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평화로 이어지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발표에 따르면, 남북 당국은 1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의 규모 및 이동경로, 개회식 공동입장 및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남북 합동 문화행사, 북측의 평창 동계 패럴림픽 참가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북한은 대표단과 응원단을 비롯한 북측 인원이 서해선 육로를 통해 이동하는 방안과, 북측 응원단 230명을 파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가 급진전되면서 국제사회도 한반도 평화분위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에 참여한 각국 외교장관들은 16일 공동성명을 내고 “남북 간 대화가 지속적인 긴장 완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으며 남북 대화 진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17일 열린 유엔 비공식 회의에서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 결정은 고무적”이라며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남북 화해 분위기와 달리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화 공세에 회의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지난 11일 “올림픽 이후 북핵 위기는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발표했다. 이그나티우스는 현재의 화해무드에 대해 “깨지기 쉬운 평화가 다시 시작됐다”고 표현하며 올림픽은 군사적 긴장이 잠시 휴식기에 들어가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올림픽 화해무드가 실질적인 비핵화논의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며 “문제는 아무 것도 실제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림픽이 끝나면 같은 문제들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그나티우스는 또 현재 진행 중인 올림픽외교를 “코리안쇼”라고 부르며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진정한 승리자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핵능력을 과시하는 한편 남측에 손을 내미는 투트랙 전략으로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회복했고, 문 대통령도 비핵화에 대한 한미 공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영리함을 보였다는 것. 반면 미국의 최근 대북정책은 사실상 러시아와 중국이 주장했던 “쌍중단”(freeze-for-freeze)을 받아들인 셈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그나티우스는 “이상적인 것은 (평창올림픽) 다음 단계로 북미 간의 직접 대화가 이뤄지는 것이지만 아직 아무런 조짐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기 위한 강력한 국제 공조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지속적인 대북 압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리사 콜린스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동아시아 연구원도 지난 16일 미국의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기고문에서 “현재 남북 해빙무드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장기적인 북핵문제 해결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콜린스 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산적한 이슈에 둘러싸여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모처럼 찾아온 남북관계의 긍정적 모멘텀을 그냥 흘려보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콜린스 연구원은 이어 “현재의 남북회담이 향후 6자회담이나 북미 간 직접대화로 이어진다면 장기적인 진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며 북미대화가 최종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콜린스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핵단추’ 발언과 성명서를 종합해볼 때, 그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평화로운 올림픽 이후 북한의 벼랑 끝 전술과 미사일 실험이라는 악순환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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