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가상화폐 시세가 일제히 폭락하고 있다. <사진=코인마켓캡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가상화폐 시장이 심상치 않다. 시가총액 상위권의 주요 가상화폐들의 시세가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흔히 있어왔던 시세 변동이라는 낙관론과 가상화폐 거품이 드디어 꺼지는 것이라는 비관론이 대립하는 가운데, 원인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갈팡질팡 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세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이어 새해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실명제 도입과 거래소 폐쇄 논의 등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내면서 지난 6일경부터 전반적으로 시세가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한국 거래소의 가상화폐 시세가 유난히 높았던 까닭에 이러한 하락세는 소위 ‘김치 프리미엄’이 빠지는 현상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지난 16일부터 국내와 해외 거래소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가상화폐 가격이 최대 30%까지 떨어져, 이번 하락세를 단순히 국내외 시세조정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17일 오전 10시 40분 현재,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기준 비트코인은 1435만9000원으로 전일 대비 19.73%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7일 개당 2500만원을 기록하며 예전의 위상을 되찾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후 약 1900만원~2000만원 구간을 횡보해왔다. 하지만 16일 오후부터 다시 시세가 하락하기 시작해 17일 오전 중에는 잠시 개당 129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이더리움(132만6000원, -21.77%), 리플(1538원, -28.09%) 비트코인캐시(229만원, -24.60%) 등 시가총액 상위권의 주요 가상화폐들도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외 가상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 시간으로 17일 오전 7시 47분경 가상화폐 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은 4964억8000만 달러로 전일 대비 무려 28.97%나 하락했다. 국내 거래소에 비하면 하락폭이 크지 않지만, 비트코인 -14.16%, 이더리움 -15.78%, 리플 -23.63%, 비트코인캐시 -20.06% 등 대부분의 주요 가상화폐들이 급격하게 폭락했다. 시가총액 100위권까지의 가상화폐 중 전일대비 가격이 오른 것은 불과 5개, 20위권 내에는 단 한 개도 없다.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하자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 투자자들이 시세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규제 방침이다. 정부는 가상화폐 열풍을 ‘투기’로 규정하고 엄격한 규제방침을 예고해왔다. 지난 15일에는 거래소 폐쇄 논란에 대해 논의 중인 여러 방안중 하나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투자 실패는 개인의 책임이며 실명제 등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부 규제 때문에 시세가 하락했다며 과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신들은 중국발 악재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지난 15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온라인을 통한 투자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은 지난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고 신규가상화폐발행(ICO)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당국 감시를 피해 P2P, 모바일 거래 플랫폼을 통한 가상화폐 거래가 지속되자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의 이런 조치가 가상화폐 시세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동안 가상화폐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해왔던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것이라며 극단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튤립버블이나 닷컴버블이 신호도 없이 순식간에 꺼져버린 것처럼, 가상화폐버블도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웰스파고은행의 딕 코바세비치 전 회장은 16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가상화폐가 피라미드 구조라고 생각한다. 전혀 말이 안되는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6주 만에 나타난 최악의 폭락세에 대해서도 “어째서 가격이 더 낮아지지 않은 건지 놀랍다”고 반응했다.

낙관론도 여전하다. 미국의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16일, 가상화폐 시세 하락 원인을 진단하면서 “우리는 전에도 이런 일을 겪어 봤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도 가상화폐 시장이 엄청난 손실을 입었지만 곧바로 회복됐다. 이 공간(가상화폐 시장)은 원래 탄력적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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