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하와이 오경보 사태와 관련해 백악관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사진=폴리티코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지난 13일(현지시간) 하와이에서 발생한 미사일 공격 오경보 소동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뿐더러, 트럼프 대통령의 작은 실수로도 핵전쟁이 발생할 위협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지난 13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미사일 공격에 대한 정확한 대응시나리오 숙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익명의 고위 정부관계자는 폴리티코를 통해 “미 정부는 30년간 이러한 계획(미사일 대응훈련)들을 실행한 적이 없다”며 “상황실 테이블에 앉아있는 새 얼굴들은 훈련 시나리오에서 자기 역할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문제는 장관급 대응훈련도 해본 적 없는 정부가 미사일 공격 시나리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알고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국토안보부 장관 재직 시절 미사일 공격 대응훈련을 실시할 계획을 세웠으나, 지난 7월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훈련이 무산됐다. 지난해 12월19일 켈리 비서실장과 커스틴 닐슨 신임 국토안보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미사일 대응훈련이 이뤄졌지만 차관급 수준이었다. 현재까지 트럼프 정부는 장관급 대응훈련을 실시한 적이 없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은 대응훈련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와이 주민들은 지난 13일 오전 8시 7분에 발송된 오경보로 인해 큰 혼란을 겪었다. “탄도미사일이 하와이를 향하고 있으니 즉시 가까운 대피소를 찾으라”는 당국의 문자 경보를 받은 것. 하와이 주민들은 도로 위에 차를 버려두고 지하 주차장으로 대피하거나, 자택 욕조나 침대 아래로 피신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하와이 당국에서 실수라며 정정하기까지 38분간 하와이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아지트 파이 미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하와이 당국이 오경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전 확인 없이 잘못된 경보를 발송했을 뿐만 아니라, 오경보를 확인하고 수정된 내용을 공지하는 과정도 지나치게 오래 걸렸다는 것.

하와이 당국이 오경보를 확인하고 재공지하기까지 걸린 38분간, 대응시나리오를 숙지하지 못한 백악관에서 섣불리 대응했을 경우 엄청난 참사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높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서는 군에서 감지된 실질적 위협이 없었기 때문이 백악관에서도 군사적 대응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하와이 오경보와 같은 실수가 반복될 경우 백악관의 미숙한 대응이 우발적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4일 “하와이 오경보로 인해 작은 사고가 핵전쟁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며 1983년 대한항공기 격추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미·소 간 군사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기통제협회의 분석가 킹스턴 레이프 또한 1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하와이 사태로 인해 핵억지력과 즉각적 핵미사일 발사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며 “북한을 억제하는 것이 예방전쟁보다 훨씬 더 선호되지만 위험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비핀 나랑 교수도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하와이 미사일 오경보를 확인한 뒤 군사보좌관에게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명령할 수 있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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