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에서 노무사 구고신 역할을 맡아 열연중인 배우 안내상씨.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이코리아] 배우 안내상(54)씨는 ‘미국 블랙리스트’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코리아> 취재 결과, 안내상씨는 2년 전 괌을 방문했다. 괌은 미국령으로 미국정부의 행정력이 미치는 해외 영토다.

안내상씨와 함께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함께 했던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지난 11일 JTBC 썰전에 출연해 “안내상은 1988년 미국문화원 도서관에 시한폭탄을 설치했다. (아마 지금도) 미국을 못 갈 것이다. 한국 블랙리스트엔 없는데 미국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안내상씨의 소속사 디모스트 엔터테인먼트의 담당자는 12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그 이후 안내상씨가 미국 입국을 신청한 적이 없어서 (미국 블랙리스트 여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안내상씨가 재작년 즈음 휴가차 괌을 방문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안내상씨는 지난 2010년에도 KBS 2TV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 종영 기념으로 20여명의 출연진과 함께 괌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괌은 미국의 해외 영토로 미국 본토와 동일한 입국 절차를 거친다. 45일 이하의 여행자에게는 비자면제프로그램이 적용되기는 하나, 실제 입국을 보장하는 시스템은 아니다. 안내상씨의 괌 입국은 애초에 미국 블랙리스트에 올라가지 않았거나, 혹은 시일이 지나 블랙리스트가 해제됐음을 뜻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썰전'에서 배우 우현씨와 안내상씨의 학생운동 경력을 소개했다.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안내상씨의 운동권 시절 투쟁사가 뒤늦게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은 건 ‘썰전’에 소개된 때문이다. 11일 JTBC ‘썰전’에서 진행자인 김구라씨가 “안내상씨도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사진에는 없다”고 묻자 우 의원은 “당시 집회는 총학생회 집행부가 주도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유시민 작가 또한 “안내상씨는 지하에서 더 과격한 활동을 했다. 우상호 의원이나 나처럼 잡혀가도 상관없는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고 중요한 인물들은 지하에서 활동했다”며 설명했다.

안내상씨는 연세대학교 신학과에 진학하면서 학생운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씨네21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어려서부터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안내상씨는 맑스주의자인 대학 선배들 앞에서 ‘하나님’을 변호하겠다고 나섰으나 사화과학서적을 탐독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유물론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후 소위 ‘언더서클’에서 활동하던 그는 1988년 광주 미 문화원에 사제 시한폭탄을 설치했다가 검거돼 8개월간 복역했다. 2015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안내상씨는 학생운동가들의 죽음을 보면서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가 죽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며 당시의 결심을 회고했다.

“이 사건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미국 방문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럴 것 같긴 한데 실제로 그런지는 모른다. 별로 가보고 싶지 않아서 실제 그렇다고 해도 아쉽지는 않을 듯”이라며 웃으며 답했다.

학생운동 경력을 뒤로하고 연기에 투신한 안내상씨는 이후 1990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뒤 다양한 작품을 거치며 대중적인 배우로 성장했다. 지난 2015년 JTBC 드라마 ‘송곳’에서 대형마트의 노동조합 설립을 돕는 노무사 구고신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학생운동 경력과 연관성이 짙은 역할을 맡았기 때문. 안내상씨는 당시 ‘송곳’을 연기 인생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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