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원이 마진거래와 관련해 도박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코인원은 지난해 12월 18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마진거래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사진=코인원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경찰이 국내 3위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대해 도박혐의로 수사 중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도박 개장 등 혐의로 코인원 관계자들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코인원이 ‘마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일종의 도박장 개설과 유사한 행위로 보고 있다.

마진거래란 증권시장에 사용되는 주식매매 방식으로 매매 대금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증거금을 증권회사에 예탁하고 필요한 자금 또는 주권을 차입하여 매매하는 것을 뜻한다. 마진거래를 활용하면 투자자가 현재 보유한 자산에 비해 더 큰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데다 시세를 잘 예측할 경우 하락장에서도 큰 수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 시세 하락을 예상할 경우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빌려 먼저 매도한 뒤, 하락 후 보유자금으로 가상화폐를 매수해 거래소에 상환하면 하락한 만큼 차익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상승장을 예상한다면 거래소에서 돈을 빌려 가상화폐를 매수한 뒤, 상승 후 매도해 수익을 낼 수 있다.

마진거래는 보유자산보다 많은 금액을 빌려 불확실한 시세를 예측해 투자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상당히 크다. 레버리지가 큰 만큼 수익도 늘어나지만 동시에 손실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담보비율이 증거금 이하로 하락할 경우 거래소에서 마진콜을 실행, 투자자가 보유한 가상화폐를 강제로 시장가에 매각할 수도 있다.

또한 거래소에서 회원들이 각자의 예측에 따라 공매수와 공매도를 선택하면 이들 간의 거래가 연결되고, 실제 시세변화에 따라 맞힌 사람이 이득을 보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예측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모습이 흡사 도박과 유사하다. 현행 형법상 도박은 우연한 승패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행위로 정의되는데, 경찰은 시세예측을 통해 이득과 손실이 갈리는 마진거래를 ‘우연한 승패’로 규정해 도박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경찰의 판단처럼 마진거래가 도박이라면 이를 통해 수수료를 챙겨온 코인원은 도박장을 개설한 셈이 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마진거래 서비스를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불가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9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를 개최하고, 가상통화 취급업자로부터 매매자금이나 가상통화를 빌려 매매하는 것은 금융업법 상 금지된 신용공여행위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제도권 금융회사가 가상화폐 거래소의 마진거래와 관련된 영업 업무제휴를 하는 것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정부 방침으로 인해 그동안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마진거래는 제한적으로 이뤄져왔다. 빗썸의 경우 신용거래라는 형식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나 지난해 6월 중단했다. 당시 빗썸 측은 마진거래 서비스로 다시 오픈하겠다는 입장을 공지했지만 이후 실제 서비스가 도입되지는 않았다. 야피존(현 유빗)의 경우 10배 레버리지로 마진거래를 지원했지만 현재는 해킹 등의 문제로 파산을 신청한 상태다. 코빗 또한 마진거래를 지원하지 않아, 사실상 현재 국내에서 마진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는 코인원이 유일하다.

미국의 경우 이미 시카고상품거래소 등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선물거래가 시작돼 사실상 가상화폐 마진거래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비트파이넥스, 폴로닉스 등 일부 거래소에서 마진거래를 허용하고 있을 뿐, 가상화폐 거래소가 직접 마진거래 서비스를 지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일반적인 매매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거래소에서는 미국 시민의 마진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원에서는 그동안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더리움클래식 등 3종의 가상화폐에 대해 4배의 레버리지로 마진거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경찰에서 마진거래와 관련해 수사를 시작하자 지난해 12월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벌어지는 과열된 양상에 대하여 우려를 나타내는 관계 당국의 의견이 있었고, 이에 코인원에서는 건전하고 안전한 시장 조성을 위해 마진거래 서비스를 중단한다”며 발을 뺐다.

코인원은 10일 공식입장을 내고 “암호화폐 마진거래는 ‘승부’와 ‘쌍방 재물득실’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경찰조사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암호화폐 마진거래는 미래가 아닌 현재시점에서 거래되며, 회원이 원하는 시점 언제라도 최초 거래상대가 아닌 제3자와 거래를 종결지울 수 있기 때문에 마진거래를 도박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코인원은 타 거래소에서도 과거 마진거래 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있다며 이번 조사가 코인원에 한정된 것은 경기남부경찰청 일선부서의 독자 수사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경찰 수사는 마진거래를 도박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률검토가 필요해 수사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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