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단 수석 대표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이 1차 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5일(현지시각) 열린다.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을 대표로 한 우리 협상단은 이날 오전부터 마이클 비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이끄는 미 협상단과 함께 한미 FTA 개정에 관한 1차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 전면개정보다는 부분개정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FTA에 대해 “좋지 못한 거래”라고 표현하며 조속한 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한미 FTA의 폐기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협상에서 미국 측이 폐기나 전면개정 수준의 심각한 변화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사안은 미국 의회의 허가나 법안 개정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 특히 이번 협상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달리 ‘패스트트랙’(신속협상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패스트트랙은 타국과의 협상 시 행정부가 주도적으로 사안을 처리한 뒤 의회에서 가부 표결만을 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행정부는 의회에 협상에 대한 사전 고지 및 주요 사안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거쳐 의회 허가를 받아야 한다.

블룸버그는 5일,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내에도 한미 FTA 폐기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며, 미국 대표부가 전면개정이나 폐기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원 재정위원회의 론 위든 민주당 의원은 블룸버그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한미 FTA 개정으로 무엇을 얻으려는지 알 수 없다며 “행정부가 기본적인 투명성이나 협의 요구사항을 지키지 않고 한국과 협상을 계속하는 것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상황에서 의회의 승인을 요구하는 전면개정보다는 협소한 범위의 부분적 수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자동차 및 부품이 핵심 쟁점

이번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자동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인 무역불균형 사례로 꼽았던 분야로, 실제 한미 무역수지 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160억 달러인데 수입은 16~17억 달러에 그쳐 그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 정부가 미국 자동차가 잘 팔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산업에서 미국이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비관세장벽 철폐, 한국 자동차에 대한 미국산 부품 사용 의무화, 원산지 기준 강화 등이다. 특히 미국은 최근 NAFTA 재협상 과정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게 자동차 원산지 규정을 역내부가가치기준 62.5%에서 85%로 상향할 것과 미국산 부품 50% 의무사용을 요구한 바 있다. 만약 이처럼 규정이 바뀌게 되면 대부분 국내 하청업체의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국산 자동차의 수출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이후 한미 무역수지 변화. (단위:천불) <자료=관세청>

◇ 우리 측 대응은?

이밖에도 농축산물의 추가 개방 및 관세 철폐 및 금융·전자상거래 분야의 규제 완화 등이 미국 측이 요구할만한 사항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현정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가장 많이 시달릴 부분은 자동차 및 차 부품”이라며 “만약 농산물까지 건드릴 경우 미국이 민감해하는 이슈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대응 방침을 밝혔다.

우리 대표단은 한미 FTA 발효 이후 적자폭이 크게 늘어난 여행서비스, 법률컨설팅, 지식재산권 등 서비스 부문을 비롯해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알려진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의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ISDS는 해외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 국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제도로, 악용될 경우 정부가 외국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소송을 당해 공공기능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높다.

한편 최근 한미 무역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우리 대표단의 협상력에도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 2016년 232억 달러에서 2017년 169억 달러로 약 27%나 감소했다.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천연가스, 석유제품, 반도체 제조장비 등의 수입을 늘린데 따른 결과로, 미국 측에 우리가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음을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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