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의 속내를 파헤친 '화염과 분노'가 출간을 앞두고 있다. <사진=더힐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화염과 분노’라는 책이 미국사회에서 화제다. 이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러시아의 관계를 비난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발언이 담겼다. 또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 비화 등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관심을 모은다.

책의 저자인 마이클 울프는 지난 1974년 뉴욕타임스매거진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래 저술과 보도, 잡지사 운영 등을 거치며 출판·언론계에 몸담아왔다. 주로 기업가나 정치가와 같은 권력자들에 대한 칼럼을 써온 울프는 이번 ‘화염과 분노’의 저술을 위해 지난 2016년 대선 당일부터 10개월간 트럼프 대통령과 배넌 등 관계자 200여명을 인터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장 이슈가 된 것은 배넌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과 러시아 정보원의 만남에 대해 “반역적이고 비애국적”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매거진, 가디언 등 외신들이 보도한 발췌본의 내용에 따르면 이 외에도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 캠프의 분위기와, 취임 이후 트럼프 내각 내부의 혼선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담겨있어 출간 뒤 엄청난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염과 분노’의 발췌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대선 당시 트럼프가 승리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율을 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던 트럼프에게 헤지펀드 운용사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CEO 로버트 머서가 500만 달러를 선거자금으로 기부하려 하자, 트럼프는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자금을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굉장히 당황했다고 한다.

게다가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을 위해 자신의 돈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 머서의 추천으로 대선캠프에 들어온 전 백악관 수석전략 스티브 배넌이 대선 캠페인을 위해 5000만 달러의 추가비용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도 트럼프와 그의 가족들은 난색을 표하며 거절했다. 배넌이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시너는 배넌의 요청에 대해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 한 5000만 달러를 낼 수는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트럼프의 대선 캠프 내 어느 누구도 트럼프의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으며, 선거 승리 소식에도 기뻐하기보다는 당황했다는 것.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은 러시아에서 받은 강연료 4만5000달러가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변의 충고에 대해 “우리가 이겼을 때나 문제가 되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트럼프 본인조차 선거 승리 소식에 마치 유령을 본 사람처럼 반응했으며,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도 기쁨이 아닌 다른 이유로 눈물을 흘렸다.

선거 승리보다는 대선 후보로서 얻을 수 있는 유명세나 경력상의 이점 등을 원했기 때문에, 취임 초기 인선 및 인수과정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백악관 비서실장의 업무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정치경력이 일천한 사위 쿠시너를 임명하려 했으나, 가족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전례는 없다는 주변의 만류로 고심 끝에 라인스 프리버스를 임명했다.

심지어 트럼프 정부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프리버스 또한 백악관 내부에 대한 통제권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백악관의 질서를 바로잡을 강력한 비서실장이 없는 상태에서 구성원 간의 알력싸움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딸인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쿠시너,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은 스티브 배넌 세력과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양측의 갈등에 대해 “유태인과 비유태인의 전쟁”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조차 공공연하게 내각 구성원들을 비난하면서 백악관 내부의 결속력은 심각하게 약화됐다. 발췌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배넌에 대해 충성스럽지 못하고 지저분하며, 비서실장 프리버스는 유약하고, 선임고문 콘웨이는 울보라며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내부 알력과 폭언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내각 구성원들의 지지도는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방카 트럼프는 자신이 미래에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심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특히 이방카는 남편인 쿠시너와 함께 향후 누가 대선에 나갈 것인지에 대해 여러 차례 논의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울프는 발췌된 부분에서 “이방카는 첫 번째 여성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이 아닌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화염과 분노’의 출간일이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출판사 측에 공식적으로 배포금지와 사과를 요청하고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지난 4일(현지시간)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비밀유지조항 위반 등의 명목으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출판사 ‘헨리홀트&컴퍼니’와 저자 마이클 울프는 ‘화염과 분노’를 예정보다 나흘 앞당긴 5일 출간하겠다고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맞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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