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비트코인이 횡보하는 사이 알트코인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HACKED.com 캡처>

[이코리아] 세계 최초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아직까지 가상화폐 거래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이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이는 보다 발전된 기술로 무장한 후발 가상화폐들의 괄목할만한 성장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시황중계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전체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은 총 7500억 달러 규모다. 비트코인은 약 2540억 달러로 전체 가상화폐 중 약 33.9%를 차지하고 있다. 약 1400종의 가상화폐가 난립하는 가운데 단독으로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니, 최초의 가상화폐답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초 가상화폐 거래시장에서 무려 8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당장 한 달 전만해도 약 56%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비트코인 점유율이 한 달 만에 약 40%나 하락한 것은 비트코인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12월 초반부터 불었던 폭락세는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한 달 전에 비해 약 30% 가량 높다. 지난 한해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무려 1318%나 상승하며 가상화폐 열풍을 이끌었다.

비트코인 점유율 하락의 진짜 원인은 후발주자로 등장한 알트코인(비트코인 외의 다른 가상화폐를 일컫는 용어)들의 성장세가 비트코인을 한참 추월할 정도로 빨랐다는 것이다. 미국의 종합매체 쿼츠(Quartz)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2017년 가장 많이 가격이 상승한 가상화폐 10위 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지난 한해 동안 가치가 가장 많이 오른 가상화폐는 약 3만6018% 상승한 리플이었으며, NEM코인이 2만9842%, 아더코인(ADRD)이 1만6809%로 뒤를 이었다. 10위에 턱걸이한 오미세고(OmiseGo)도 무려 3315%나 기록, 비트코인의 세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알트코인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비트코인의 점유율이 빠르게 하락하게 된 것. 특히 2017년 최고의 가상화폐로 꼽히는 리플은 이미 135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어 비트코인의 절반 수준까지 뒤쫓아 왔다. 시가총액 3위인 이더리움도 918억달러로 전체 가상화폐 시장에서 약 12.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17년 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한 가상화폐 순위. 리플이 1위에 올랐고, 비트코인은 14위에 그쳤다. <사진=쿼츠 홈페이지 캡처>

비트코인의 횡보와 알트코인의 급성장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앝트코인 투자를 통해 비트코인보다 높은 수익성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미 개당 1만5000달러 수준까지 가격이 상승해 더 이상 큰 폭의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시작되면서 기존에 비해 가격변동성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게다가 이미 2012년과 2016년, 두 번의 반감기(각 블록에 제공하는 비트코인 보상 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것)를 지나 채굴난이도도 지나치게 높아진 상태다.

반면 최근 출시된 알트코인의 경우 초기 시세가 저렴해 투자장벽이 낮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경우에 따라서는 초기 비트코인처럼 수백%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알트코인 중 하나인 스텔라의 경우 지난달 초만 해도 개당 9센트 정도에 거래됐으나, 한 달이 지난 현재 열배나 상승한 92센트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편 알트코인이 비트코인보다 기술적으로 발전된 형태의 가상화폐라는 점이 주목하는 의견도 많다. 알트코인들은 최초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기술적 단점을 수정하면서 나온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거래 속도 등에서 한층 앞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리플의 경우 글로벌 결제서비스를 간편화해 전 세계 은행의 빠른 실시간 자금 송금을 지원하는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으로, 거래에 걸리는 시간이 10초가 채 되지 않는다. 전송에 수 시간이 걸리는 비트코인과는 비교되지 않는 속도다.

시가총액 3위인 이더리움의 경우 블록체인에 화폐거래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계약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된 ‘스마트계약’ 기술을 도입해 성장한 경우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JP모건 등 30여개 글로벌 기업들이 이 기술에 주목해 기업형 이더리움 체인 EEA에 가입하면서 이더리움의 가치도 급증했다.

외신들도 새해 들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알트코인이 비트코인의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3일(현지시간) “알트코인이 (비트코인을) 대체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리플 공동창업자가 3만7000%의 가격 상승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명이 됐다”고 보도했다. 포츈 또한 이날 “알트코인 라이벌들이 드디어 (비트코인을) 따라잡았다”며 리플, 이더리움, 모네로 등 주요 알트코인들의 성장세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알트코인이 성장하더라도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블록체인 캐피탈의 스펜서 보거트는 포츈과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시장이 하락할 경우 투자금이 꼬리를 물고 비트코인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비트코인이 (가상화폐) 생태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오토노머스리서치의 핀테크 전략부장 렉스 소콜린은 “알트코인은 대부분 비트코인의 경쟁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며, 완전히 다른 용도를 가지고 있다”라며 “가상화폐로서의 참신함이 사라지게 되면 점차 적합한 용도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