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발표에도 가상화폐 시세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한 투자자가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에서 시세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가상화폐 시세가 정부의 강력한 규제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2월28일 오전 관계부처회의를 열고 가상화폐 실명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가상화폐 투기근절 추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자에 대한 신규 가상계좌 발급 중단, 불건전 거래소에 대한 금융서비스 제공 중지, 가상화폐 관련 범죄 처벌 강화 등 이전보다 한층 엄격해진 규제안을 제시했다. 특히 정부 및 금융당국은 1인당 거래한도 제한을 비롯해 전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하는 등 가상화폐 투기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

정부 발표는 가상화폐 시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11시경 약 2170만원에서 1860만원으로 시세가 약 14.3% 내려갔다. 시가총액 3위인 위치한 이더리움은 약 104만원에서 89만원으로 14.4% 하락했으며, 비트코인캐시도 381만원에서 314만원으로 17.6% 하락했다. 이 외에도 시가총액 상위권에 위치한 대다수의 가상화폐들은 정부 규제안 발표이후 15%~20% 가량 큰 폭으로 하락했다. 상위권 가상화폐 중 정부 발표와 상관없이 가격을 유지한 것은 현재 시가총액 2위인 리플뿐이다.

하지만 효과는 채 1주일을 가지 못했다. 가상화폐 시세는 지난 2일과 3일 연이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1월3일 오후2시 현재 2063만4000원으로 정부 발표 이전의 가격에 근접하고 있으며,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캐시도 각각 118만6000원, 363만원을 기록하며 발표 이전 가격을 뛰어넘고 있다. 정부 발표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리플은 새해 들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현재 3180원을 기록 중이다.

가상화폐 시세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중 자금이 비생산적인 투자로 몰리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데다, 투기거품이 꺼졌을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를 통화로 인정할 생각이 없다”며 가상화폐의 제도권 포섭 논의를 일축했으며, 김용범 부위원장 또한 “가상화폐 거래는 일종의 폰지(다단계) 사기와 다름없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정부가 지난 12월13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미성년자·외국인 거래 금지, 가상화폐 실명제, 금융기관의 가상화폐 매입금지 등의 규제안 또한 가상화폐의 제도화보다는 거래 자체에 대한 통제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엄포는 투자자들에게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다.

금융당국은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투기 열풍이 지속되자 기존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추가 투자를 막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거래소 및 은행권과 협의를 통해 기존 투자자의 추가 투자를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해 늦어도 오는 10일까지 도입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명확인을 거치지 않은 가상화폐 투자금이 기존 투자자를 통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차단할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과 거래소의 협조를 거쳐 최대한 빨리 기존 투자자의 추가 투자를 실명제 이전까지 제한하는 방안을 시행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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