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 신년사에 대해 기존의 대북압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포츈지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북한 김정은 신년사에 대한 미국의 공식 반응이 나왔다.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일제히 북한에 대한 제재 방침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라 허커비 미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신년 첫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미국은 확실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또한 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또 다른 미사일 실험을 준비 중일지 모른다는 보도를 확인했다.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한국을 향해 보인 유화적인 제스처에 대해서도 아직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금지하지 않는 한 어떤 대화 시도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대화를 제의한 김 위원장의 진정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러한 수사는 이전에도 들어봤으며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북대화와 별개로 한미공조도 재확인했다. 허커비 대변인은 이날 “우리의 목표는 동일하며 우리 정책과 절차는 변함없다는 사실을 한국과도 공유하고 있다”며 “한국과 공동 대응을 통해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고 궁극적인 공통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어트 대변인 또한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미국과 한국의 정책은 바뀐 적이 없다”고 말했다.

 

◇ 백악관 강경 기조 유지, 유화파 대화 촉구

미국이 북한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내며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제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래퍼 전 국장은 북한 비핵화를 대화 선조건으로 내세우는 미국의 기존 접근법에 대해 “기차는 오래전에 떠났다. 북한은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힘있는 위치에서 협상을 하기 원하기 때문에, 그것(핵 보유)을 입증하려 할 것”이라며 “북한이 핵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클래퍼 전 국장은 김 위원장이 한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면서 미국에게는 핵위협을 가한 것에 대해서도 “그들(북한)이 미사일 실험과 한국과의 대화를 병행하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그것(대화)은 긴장 완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할 것”이라며 “협상 외에 현실적인 선택지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대학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2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주도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효과가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란코프 교수는 지난 10년간 지속된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매년 4~5%의 경제성장을 이뤄왔다며 “대북제재안을 훼손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대북제재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대북제재 지지자들은 “경제적 봉쇄가 계속되면 북한 고위층이 불만에 찬 대중들의 쿠데타 위협에 직면할 것이고, 이를 피하기 위해 결국 비핵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대해 란코프 교수는 “평양의 의사결정권자들은 핵프로그램이 외부 공격이나 국내 반란에 대해 안전을 보장하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믿는다”며 예상을 일축했다.

란코프 교수는 이어 “설령 북한 지도부가 내전으로 위기에 몰리더라도 핵무기 등으로 주변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제제 일변도의 대북 정책이 다수에게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으로 올린 글. <사진=도널드 트럼프 공식 트위터 캡처>

◇ 트럼프, “나도 핵단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핵단추 발언에 맞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서 “북한 지도자 김 위원장이 ‘핵 단추가 항상 책상위에 놓여 있다’고 발언했다. 누군가가 김 위원장에게 나도 핵단추를 가지고 있다고 제발 알려달라. 내 것은 더 크고 강력하며 실제로 작동한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트위터에서 “제재와 다른 압박이 북한에 큰 충격을 주기 시작했다”며 “로켓맨(김정은)이 한국과 먼저 대화하기를 원한다. 좋은 소식일수도, 아닐 수도 있다. 지켜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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