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가 2일 일자리 안정자금 실태 점검을 위해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를 방문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올해 최저임금 7530원이 적용된 지 하루가 지났다. 아직까지는 지난해 자영업자 및 기업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급작스러운 갈등은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일부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격인상에 나서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넘기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KFC는 주요 메뉴 24개의 가격을 100원~800원 가량 인상했으며 GS25도 일부 도시락 제품의 가격을 100원~300원 가량 올렸다.

국내 언론들은 2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인건비 부담과 저소득층 고용감축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각계 반응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시급 올라도 일자리 잃으면 무슨 소용, 불안한 알바생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최저임금 인상이 편의점, 카페, 주유소 등의 임시직 고용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헤럴드경제 또한 영세사업장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고용 축소를 우려하며, 서울대학교 이정민 교수를 인용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효과는 주당 44시간 기준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 효과를 내고 소규모 사업체일수록 더 큰 고용감소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 20년 넘은 최저임금-고용 논쟁

이처럼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용률이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논리로 활용돼왔다. 임금인상을 버티지 못한 고용주들이 기존 인력을 정리하고 추가 고용을 중단하게 되면, 결국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큰 이유인 빈곤계층의 소득개선이라는 효과가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최저임금을 인상해도 고용률에 큰 변화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어 최저임금과 고용문제는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최저임금과 고용 논쟁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린스턴대학교의 앨런 크루거 교수와 UC버클리의 데이비드 카드 교수는 펜실베니아 및 뉴저지주의 패스트푸드점을 조사해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균형임금보다 높게 최저임금을 정할 경우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신고전학파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2000년 UC어바인의 데이비드 뉴마크 교수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윌리엄 와셔가 카드와 크루거의 연구를 다시 검증해 최저임금 인상 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고용률 감소 효과가 있다고 밝혀 논쟁이 격화됐다. 이후 미국 내에서는 다양한 데이터와 방법론을 사용해 최저임금과 고용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다수 발표됐으나, 연구마다 결론이 달라 아직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고용효과를 분석한 UC버클리와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의 논쟁이 눈길을 끈다. 2017년 UC버클리 마이클 리치 교수는 이 지역 외식업계를 조사해 최저임금이 인상될수록 외식업계의 평균임금도 상승하며, 고용감소효과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워싱턴대학교 제이컵 비그도르 교수는 전 산업군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로시간을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이 인상될수록 평균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저소득층의 소득이 오히려 감소했다고 반박했다.

 

◇ 취약계층 해법, 고민 필요

최저임금과 고용감소에 대한 국내 연구 또한 상반된 의견이 대치중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2011년 발표한 ‘최저임금 효과분석’ 보고서에서는 최저임금의 고용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서강대학교 남성일 경제학과 교수의 2008년 논문에서는 2007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약 3.5%~4.1%의 고용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최저임금과 고용감소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되는 가운데 다수의 연구들이 결과와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고 있는 취약계층이 지나치게 많아 정확한 통계적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1년 보고서에서 “국내의 경우 외국의 경우와 달리 최저임금제의 전면적 실시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데이터상으로는 아직도 최저임금 이하의 보수를 받는 사람들이 존재하여 데이터상의 오류가 아니라면 이러한 비준수(non-comply) 사업장의 존재는 최저임금의 고용효과 추정 결과에 왜곡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취약계층에 대한 명확한 예측은 어려운 상황이다. 노동연구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1~4인 규모의 소규모 사업장을 대리변수로 사용해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계층에 미치는 고용감소 효과를 추정했으나 유의미한 효과는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 우광호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최저임금 인상 시 60세 이상 및 29세 이하의 노동시장 취약층과 저숙련 노동자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며, 이러한 취약계층에 집중적인 고용감소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약 3조원의 예산을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배정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보장하면서 최저임금을 안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30인 미만 사업장의 고용주가 월 190만원 미만 근로자를 고용 시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실제로 고용감소를 불러온다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저소득·영세사업장의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2일 “일자리 안정자금은 영세업체 인건비 부담 완화와 고용 위축 방지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 연착륙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르는 고용문제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고용문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개선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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