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를 발표하며 남북협력을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외신들의 반응이 뜨겁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용의가 있다며 남북협력과 대화를 촉구한 반면,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며 미국 전역이 핵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실질적인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는 위협적 발언은 여러 차례 있어왔으나, 그간 외교관계에서 무시해오던 한국에 대한 화해의 메시지는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최초여서 많은 북한 전문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외신들도 한국에 대한 정책 기조의 변화를 시사하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일부 언론들은 북한이 평화의 메시지를 보냈다며 북한문제에 있어서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반면 다른 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 차이를 부각시킬 것이라며 한미공조가 틀어질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 북한이 보내는 ‘화해’ 메시지

CNN은 지난 1일(현지시간) “김정은이 한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보도했다. CNN은 “남북이 한민족으로서 함께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화와 안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발언과 함께, 김 위원장이 이번 평창올림픽을 한민족의 위대함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호주 로위국제정책연구소의 유안 그레이엄 국제안보연구국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북한은 한국과 교류하고자 하는 의사를 보였던 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화해 시도는 가장 중대한 변화”라고 말했다. 다만 그레이엄 국장은 북한의 화해시도가 핵미사일 단추와 같은 호전적인 발언과 같이 나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것(화해시도)이 핵 프로그램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지 ‘익스프레스’도 1일 “핵단추 위협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북한이 서방과의 대화의 문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익스프레스는 “김 위원장은 강력한 위협 뒤에서 2017년 내내 탈북과 미사일 시험으로 시달려온 한반도의 평화를 호소했다”며 평창올림픽 참가를 시사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비중있게 전했다.

중국 언론들도 대체로 김 위원장의 화해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해, 관영 신화통신, 환구시보 등은 김 위원장이 평창올림픽 참가 용의가 있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주요 기사로 다뤘다. 환구시보는 이날 “김 위원장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남북 군사회담의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 또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올해 1분기가 한반도 대화 복귀의 중요한 전략적 기점이다. 이 기점을 놓치면 상황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 핵 위협 강조, 한미 동맹 시험대 올라

반면 뉴욕타임스의 경우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한미관계를 틀어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1일 “지난 수년간 무시해왔던 한국에 대한 북한의 발언 수위와 정책이 극적으로 변화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번 신년사로 인해 한국과 미국의 서로 다른 대북정책의 차이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미국이 주도하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지지하면서도, 중국·러시아와 함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해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이끌며 군사행동 또한 가능하다고 자주 발언해왔다. 북한이 한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면서 미국에는 핵위협을 가한 것은 상이한 대북접근법을 펼쳐온 양국의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평창올림픽을 통해 제재를 약화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 위원장은 서울과 워싱턴,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 균열을 일으키려고 한다”고 풀이했다.

BBC는 “김 위원장의 미국에 대한 발언은 여전히 거칠었지만, 이웃인 한국에 대해서 말할 때는 전형적인 적대적 언사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한미 양국에 대한 북한의 상이한 태도를 지적했다.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봉영식 전문위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직접 거래하려는 태도를 유지하며 한국을 무시해왔다”며 “김 위원장이 (이번 신년사에서) 한국을 관여시킨 것은 한미관계를 소원하게 만들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또한 1일 “북한의 올림픽 평화 제안이 한미 동맹을 시험했다”는 기사를 내고 향후 한미관계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신년사에 대해 “트럼프 취임 이래 가장 명확한 평화 선언”이라며 김 위원장의 화해 시도를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이어 “북한 핵위협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두고 한미 양국은 지난 한 해 여러 번 껄끄러운 상황을 맞이했었다”며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한미 동맹의 힘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두연 한반도미래포럼 객원연구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동맹을 틀어지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앞으로 미국과 모든 단계에서 상호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