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평양생물기술연구원을 시찰 중인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최근 청와대가 ‘탄저균 백신’ 보도로 곤욕을 치른 가운데, 북한의 생화학무기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CNN은 27일(현지시간) “북한 탄저균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 생화학 무기의 위험성을 진단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전부터 북한의 생화학 무기 프로그램에 대해 우려를 제기해 왔다. 북한이 1987년 생물무기금지협약(BWC)에 서명했지만 이후 비밀리에 생물 무기 제조 능력을 확장시켜온 때문. 지난 2004년 미 국가정보국은 “북한은 생물무기 및 미생물 생산을 위한 과학자와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전염성 생물무기 및 독극물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 또한 지난 18일(현지시간)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하면서 “북한이 수백만 달러를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개발에 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어 “생화학무기가 미사일로 운반될 수 있다”며 북한이 핵무기 외에도 주변국들에게 강력한 위협을 가할 수단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의혹과 달리 북한의 생화학 무기 위협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난 10월 북한 생화학무기 개발능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벨퍼과학국제관계 연구소는 “북한 생물무기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공개적인 핵·미사일 실험과는 달리 생화학 무기 실험은 비밀리에 시행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최신 통계 및 자료들이 부족하기 때문.

하지만 하버드대 연구팀은 여러 정황등을 종합할 때 “공개된 정보들은 북한이 생물무기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유기농 비료생산시설로 알려진 평양 외곽의 평양생물기술연구소가 생물무기 생산시설로 활용될 수 있으며, 북한이 페스트, 탄저균, 보툴리누스균 등 약 13종의 병원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마틴 센터의 멜리사 한햄 동아시아비확산프로그램 선임연구원 또한 지난 2015년 북한에서 김정은이 평양생물기술연구소 시찰 사진을 공개한 것에 대해 “사진 분석 결과, 이 시설에서 정기적으로 대량의 생물 무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만약 하버드대 연구팀의 지적대로 북한이 높은 생물무기 생산능력을 갖췄다면 어떤 식으로 운반될까? 연구팀은 “미사일, 무인항공기, 비행기, 사람 등이 잠재적 운반수단”이라며 미사일보다는 특수부대를 통한 생물무기 공력이 더 위협적일 것이라고 예견했다. 열이나 환경변화에 취약한 생물무기의 특성상 미사일 탑재 시 손상될 확률이 높기 때문. 연구팀은 “북한이 20만명의 특수부대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물무기로 무장한 소수의 특수부대로도 남한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신 국가안보전략이 발표된 후 북한은 생물무기금지협약 서명국으로서 “생물무기의 개발, 제조, 비출 및 소유에 반대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며 반박 성명을 냈다. 북한은 또 미국이 지난 2003년 대량살상용 생화학 무기 보유를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했으나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점도 지적했다.

북한은 생화학무기 생산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해당 시설은 비료나 농약, 살충제 등을 제조, 연구하기 위한 시설이라며 의혹을 일축해왔다. 이에 대해 한햄 연구원은 “살충제 제조 시설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감추기 위해 오랫동안 사용해온 잘 알려진 변명”이라며 “(김정은의 평양생물기술연구소 시찰사진 공개는) 미국과 한국을 은밀하게 위협하기 위해 의도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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