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19대 총선에서 배타적지지했던 통합진보당과 완전히 결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노동정책이 통합진보당에 많이 반영되지 못해 쌓여있던 불만이 부정선거 파문으로 진보가치마저 훼손하자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노총 핵심인물은 6일 뉴스1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선거 이전부터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과 많은 거리를 둬왔고 불만이 많았다"며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이번 선거는 부정은 없고 부실만 있다고 하는 등 의혹축소에 나서는 이상 앞으로 민주노총과 함께 가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이 총선을 목표로 급박하게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진보적 가치인 민주주의마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자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통합진보당이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분열돼 서로를 헐뜯는 상황까지 펼쳐지자 거리를 두지 않으면 민주노총의 진보성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번 선거부정은 노홍만-이명희 후보와 윤금순-오옥만 후보간의 현장투표에서 벌어진 문제인데도 비당권파들은 당권파를 몰아내기 위해 여론몰이 재판을 벌이고 있다"며 "진보세력이라 일컫는 통합진보당이 내분으로 이간질하는 상황에서 이들과 거리를 두지 않으면 민주노총까지 불신하게 된다"고 경계했다.

문제는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과 거리를 둔 이후 행보를 두고 민주노총 내 내분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은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지지 정당으로 결정하면서 이미 한차례 내부 갈등을 겪었다.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와 임원 1529명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이 결정되는 것에 반기를 들고 반대 선언운동을 전개했지만 민주노총 대표단은 이를 무시했다.

이번 사태로 통합진보당을 반대했던 이들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노총 내부에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려는 움직임 또한 존재한다. 박유기 전 금속노조 위원장과 양경규 전 공공운수연맹 위원장을 필두로 상당규모의 사람들이 총선 이전부터 새로운 노동정치운동을 대변할 정당 창당을 준비 중이다.

창당이 현실적이지 않다며 기존 정당 중에서 연대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는 등 이후 행보를 두고 민주노총 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 내 전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벌써 대선정국으로 들어섰지만 민주노총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 사태가 처리되는 것을 보고 이후 행보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통합진보당 사태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보고 민주노총의 향방을 정할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대권후보들의 예비등록이 이미 시작되는 등 대선정국으로 들어선 지금 민주노총의 정치적 목소리는 19대 총선보다 더 작아질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뉴스1)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