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맥킨지 글로벌 인스터튜트가 지적한 미래를 변혁할 12가지 기술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기술의 발전은 농업과 어업에 이미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초 한 서울대교수가 자녀들에게 농고진학을 권유하며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현재 아마존, 도요타, 카카오 등 굴지의 기업들이 농업 관련 기업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바, 이 분야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이글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농업의 변화와 사물인터넷, 바이오기술, 소재기술 등의 기반기술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방법에 대하여 살펴본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밭에서 얻는 차량연료와 고기

인류는 이미 농산물에서 생산하는 바이오연료로 사라져가는 화석연료를 대처하고 있다. 그리고, 밭에서 재배한 작물로 인공적인 고기를 만들고 있다.

필자가 LCD공장을 건설한 브라질은 전세계 바이오연료의 선구자였다. 브라질 정부는 1976년경에 이미 경차에 공급되는 연료에 바이오연료를 의무적으로 혼합하도록 하였다. 그 후 브라질의 자동차회사가 제작하는 차량은 가솔린이나 에탄올 모두 사용하도록 변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브라질 대부분의 주유소들이 사탕수수 등으로 생산한 바이오연료를 판매하며, 년간 생산량은 230억리터에 달한다. 추가적인 환경파괴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바이오연료는 전세계적으로 비산유국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로 인하여 팜열매의 주된 생산지인 인도네시아에서 경작가능한 1헥타르 토지가격이 1억4천만원 이상으로 크게 올랐다. 그렇지만, 식용유와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농장에 대한 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이제는 햄버거 속에 들어가는 고기도 밭에서 재배된다. 실리콘밸리 인근 오클랜드의 임파서블푸드는 밀과 감자에서 추출한 단백질, 코코넛오일, 콩의 지방 등을 조합하여 소고기와 맛과 질감이 동일한 인조고기를 제조했다. 관련 사업은 빌 게이츠와 앨론 머스크도 투자하여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아바와이너리는 오랜 숙성으로 와인을 만들지 않고 실험실에서 손쉽게 와인을 제조하며 새롭게 관련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로 꼽히는 3D프린터는 기존의 음식을 새로운 방법으로 만들어 낼 것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양식 수산물

필자가 스마트양식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 것은 IT제품을 유통하던 중국의 거래처 중 일부가 인공양식에 뛰어들면서부터이다. 모두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한국인과 중국인의 식탁에 오르는 새우는 잡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의 메콩강이나 태국 등에서 양식되고 있다. 소득이 급격히 증가하는 중국인들이 특정 생선에 관심을 가지자, 곧바로 혁신가들은 IT기술을 활용하며 다양한 어종을 중국과 다른 나라에서 길러서 공급하고 있다.

필자는 올해 일본 도쿄의 츠키지 수산시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한때 180kg 참치 1마리가 6억원 이상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참치회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자, 먼 호주에서도 일찌감치 참치 양식에 나섰다. 호주 태즈마니아 등에서 생산된 참치는 일본으로 곧바로 공수된다. 비싼 참치가격으로 호주 포트링컨의 경우 주민들의 연소득이 1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일부 국가에서 스쿠버다이빙으로 어패류를 채취했었는데, 이곳 다이버들은 수산회사의 참치를 수확하고 양식장을 보수하며 연간 5천만원 이상의 급여를 지급받고 있다.

선진국에 비하여 기술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제는 한국에서도 참치양식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해상뿐 아니라 육상에서 참다랑어를 양식하여 출하하기도 하였고, 최근에는 10g당 무려 6만원에 거래되는 철갑상어알을 얻기 위한 양식도 인기를 얻고 있다. 초대형 선박에서 바다숭어 등을 양식하는 방법도 추진 중이다. 한국이 연간 어류를 수입하는 양은 5조원이며 수출액도 2조원에 가깝다. 최근 5년간 대미 식품수출액을 분석해보니 어류는 가공식품류, 곡물가루에 이어서 수출액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양식업의 전망이 결코 나쁘지 않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팜에 관심 커져

최근 인더스트리 4.0 개념의 발달로 스마트팜에도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스마트팜을 추진하는 이유는 작물의 생육정보와 주변 환경정보를 디지털로 분석하여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 노동력과 에너지, 양분을 적게 투입하기 위해서이다. 스마트파밍 기술을 이용하면 투입된 자원은 줄지만 농산품은 오히려 우수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농사에 사용하는 물중 60%는 토양에서 낭비된다. 미국의 워터비라는 업체는 토양성분, 수분흡수량 등의 데이터를 무선으로 송신하며 관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전체 농장에서 제한된 지역에만 물을 급수하여, 전체적인 물사용량을 절약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동쪽은 여름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그런데, 필자가 방문한 캘리포니아의 오렌지 농장은 차로 20분 정도 달릴 정도로 방대했고, 소모되는 물의 양도 만만치 않다. 사물인터넷과 센서를 활용한 첨단 급수시스템은 물이 귀한 지중해성 기후의 농장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할 수 있었다. 현재 전지구적인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30년 후에는 상당한 변화가 예기되며, 그 때가 되면 이러한 시스템은 활용도를 더욱 높일 것이다.

미국은 연간 병충해로 23조원의 피해를 입는다. 스펜사테크놀로지의 제품은 페로몬을 방출하며 곤충을 유인하여 포집하며 수집된 곤충의 수까지 모니터링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하면 해충의 유입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고 전체적인 살충제의 사용량을 줄이게 된다. 최근 보급이 활발해지는 드론은 대규모의 면적에도 적절하게 방제액을 투여한다. 똑똑해진 트랙터 등의 농기계는 위치정보 데이터를 이용하여 정확하게 파종을 하여 투입되는 종자를 절약한다. 더 나아가 트렉트에 부착된 사물인터넷 센서는 밭을 갈면서도 곧바로 수분량, 질소함유량, 미생물의 양까지 자동으로 분석하여 전송한다.

최근의 ICT전시회에서 모바일로 제어되는 수경재배장치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 상추를 재배하는 장치는 여러 개의 선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종자만 투입하면 LED램프가 저렴한 비용으로 광선을 비춰주고, 물과 양분을 자동적으로 공급한다, 사람의 손이 많이 가지 않아도 싱싱한 상추를 온실에서 수확할 수 있다. 가격은 거대한 선반 1개에 50만원 정도이므로 농지가 비싼 한국에서는 시도해볼 만한 사업이다. 상추대신에 비싼 서양요리에 곁들이는 특별한 채소를 재배한다면 수익성은 더 높일 수 있다. 농지가 부족한 일부 메트로폴리스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이용한 거대한 지하농장도 연구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인 로봇의 발달로 일본의 교토에서는 파종에서 수확까지 가능한 완전히 로봇만으로 움직이는 농장도 등장했다. 수경재배 선반보다 큰 스마트온 실은 빛과 물, 양분을 제어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센서로 온실전체의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를 모니터링하고 창문을 개폐하며 최적의 재배상태를 유지한다. 카카오의 자회사는 이러한 수경재배 관련 기업의 사업성을 평가하고 한 농업벤처기업의 지분 33%을 인수했다.

최근에 선보인 아쿠아포닉스는 위에서 언급한 어류양식과 수경재배를 결합시켜 효율을 높였다. 물고기의 배설물이 수경재배에 필요한 유기물을 공급하고, 재배하는 식물은 양식어가 사용하는 물을 정화하도록 한다. 최종적으로 어류와 수경작물 모두 잘 자라게 하는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최근의 스마트축사는 모바일을 통해 온도와 습도를 제어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아니라, 가축에 부착된 RFID을 이용하여 적당한 양의 우유와 사료를 공급한다. 개별 가축들의 섭취량과 발육상태도 자동으로 측정해 관리한다.

사물인터넷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스마트팜의 생산정보는 유통업체의 재고정보와 연동되기도 하며, 친환경이력의 관리에도 활용된다. 만약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예측기술을 농업에 적용한다면 농산물의 가격폭등이나 폭락사태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농업분야의 성장가능성을 예측한 아마존은 유기농 농산물기업을 인수하며, 오프라인과 온라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접합시키는 O2O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자동차 제작사인 도요다도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풍작계획’ 솔루션을 개발하였다.

 

농업 분야에 바이오기술 접목

각종 FTA로 저렴한 농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협상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더해간다. 첨단 바이오기술을 접속시킨다면 관련 산업은 아직도 충분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 중 하나는 바이오인공장기 기술이다. 관련 기술연구에 활용되는 무균돼지의 경우, 무게가 겨우 100kg 정도에 불과하지만 인간에게 해가되는 바이러스나 균에 대한 감염을 없앴기에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최근에 개발된 사료는 바이오기술을 활용하며 사료에 기능성미생물을 첨부하고 있다. 이 미생물들은 곰팡이를 방제하고 가축의 영양분 흡수력을 증진시켜 생산성을 높인다. 첨단 소재기술은 비료성분을 캡슐에서 조금씩 용출되도록 하여 전체적인 비료투여비용을 크게 줄이고 생산량을 늘린다. 이러한 첨단기술은 농촌의 소득증진에 기여하겠지만 적절히 활용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와 꾸준한 활용노력이 필요하다.

국내연구진에 의하여 개발된 특정 크리스토퍼 유전자 가위는 사람의 유전자까지 잘라내어 사전에 질환을 교정할 수 있는 정도이며 이 기술은 동식물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우수한 유전형질의 중요성을 알아차린 각국에서는 일찌감치 수확량이 많고 병충해에 강한 종자확보를 위하여 종자전쟁에 나섰고 종자보관소를 건설하고 있다. 이미 10년전 한국의 1위였던 흥농종묘와 3위업체 중앙종묘는 미국의 몬산토에게 팔렸고, 업계 2위인 서울종묘는 신젠타에 팔렸다. 그리고 중국은 2016년 신젠타를 무려 52조원이란 거액에 인수했다. 미국의 몬산토는 옥수수에 대해서만 1,200만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종자 확보의 중요성을 안 한국도 경북 봉화에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는 ‘씨드볼트’를 건설했고 세계 각국에서 공급받은 다양한 종자를 무상으로 보관하고 있다.

첨단 바이오기술은 재배 이후의 유통단계에서 활용될 수 있다. 지난 주에는 25년 동안 냉동보관되어 있던 인간의 배아가 착상 후 출생하여 젊은 난임부부의 자녀가 되었다. 남극에 살고 있는 효모균 등은 영하의 날씨에도 얼지 않는 특수한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 단백질은 바늘처럼 퍼져가는 얼음결정이 조직을 파괴하지 않도록 한다. 위와 관련된 첨단 냉동보관기술을 활용하면 유럽이나 호주, 미주에서 공급된 육류를 조직의 손상 없이 한국의 식탁에 올릴 수 있다. 일본의 일부 업체들은 이미 관련된 냉동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청년창업, 농업에도 눈 돌려야

현재 한국의 농가는 도시근로자의 65% 수준의 소득을 올리고, 40%의 농촌인구는 이미 65세 이상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가 3년간 청년창업농 1200명 정도를 선발하여 매월 100만원을 주겠다고 나섰다. 한국 농촌의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지만, 농축산업이나 어업이 첨단IT기술이나 바이오기술, 소재기술과 결합한다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세계는 넓고,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생물자원은 생각보다 많다. 활용할 땅이 적고 지대가 비싼 국내에서 세계시장으로 시야만 확대해도 새로운 혁신의 기회는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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