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주시장 최고 점유율을 자랑하는 하이트진로 '참이슬'에서 경유 성분이 검출돼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 술' 소주에서 경유 성분이 검출된 직후 경찰은 신속히 수사에 착수했지만, 원인규명이 쉽지 않아 '먹거리 불안'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생산과정 경유 유입 어려워" 잠정결론

사건을 수사하는 충북 청주청남경찰서는 8일 브리핑에서 "문제의 소주가 생산된 공장을 찾아가 조사한 결과, 생산 과정에서 경유 성분이 유입될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경찰은 공장 전체는 물론이고 15개 단계별 생산 과정을 살폈다.

공장에서 경유를 사용하는 곳도 꼼꼼히 조사했으나 가능성은 없다는 결론을 냈다.

빈병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경유가 유입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세척과 주입, 검수, 출고 등 모든 과정도 세세히 살폈으나 문제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주 생산이 무인 자동화로 이뤄지고 있어 이 과정에서 경유 성분이 들어갈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공장에서 경유를 사용하는 장소 2곳도 세세히 조사했지만, 소주 생산 시설과는 관계없는 독립공간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유통과정 유입에 수사 '포커스'

경찰 등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생산과정은 소주 빈병의 입고부터 시작해 출고까지 모두 15단계로 이뤄진다.

경찰은 소주 빈 병을 세척하고 내용물을 주입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 부분에 집중했다.

빈 병 세척은 가성소다를 이용한 세병기(빈 병 세척 시설)로 이뤄진다. 병당 섭씨 80도에서 35분간 세척한다.

이 과정에서 빈 병에 남아 있던 경유와 같은 오염물질이 제거되지 않은 채 다음 공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현장을 조사한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장 조사뿐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경유가 묻은 공병 10병을 세척하는 시연까지 했지만 완벽하게 세척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세척을 마친 빈 병에 소주를 주입하는 과정에서도 경유 등의 오염물질 유입은 어려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밀폐된 시설에서 무인 자동화로 분당 1000병씩 생산되는 일부 제품이 오염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의 이 같은 결론으로 수사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유통과정(공장-물류센터-주류도매상-소비자)에 맞춰지고 있다.

하이트진로 청주 물류센터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판단에 따라 주류도매상의 '취급 부분'에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으로 생산된 소주가 경유 등의 물질에 노출됐을 때 병 안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는 업체측 주장에 대해선 과학적 판단에 맡길 참이다.

국과수 등 국가기관에 실험을 의뢰해 확인해 본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류도매상을 확인한 결과, 내부에 경유를 보관한 시설(탱크)이 있었고 곳곳에 경유가 담긴 용기가 발견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참이슬 이미지 훼손 '속앓이'

하이트진로의 걱정은 태산이다.

당장 매출 피해도 그렇지만 수십년간 참이슬이 쌓아온 믿음과 신뢰,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은 더 걱정스럽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소비자 설문 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2~3명이 참이슬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매출이 떨어지는 것도 걱정이지만 오랜 시간 쌓아놓은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 수사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회사 자체적으로도 원인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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